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뒤늦게 잡은 1군 기회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윤성환. 삼성 제공 벼랑 끝에 서 있던 베테랑 윤성환(삼성)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커브다.
윤성환은 올 시즌 커브 구사율이 21%다. 전년 대비 6%p가 상승했다. 최근 5년 중 커브 비율이 전체 구종 대비 20%를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 네 가지 구종(직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방식에는 변함없다. 그러나 레퍼토리를 달리한다. 직구 비율을 떨어트리면서 커브 비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작년에는 슬라이더를 자주 사용했는데, 올해는 커브가 잘 들어가서 커브 비율을 조금 높이고 있다"고 했다.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윤성환의 커브 피안타율은 0.294다. A급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지난해(0.343)와 비교하면 5푼 정도 차이가 난다. 시즌 17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2015년(0.310)보다 좀 더 위력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커브 중심으로 레퍼토리에 변화를 주면서 얻은 가장 큰 효과는 '느림보' 직구다. 직구 구사율은 42%로 전년 대비 4%p가 줄었지만, 구종 피안타율은 0.336에서 0.267로 크게 내려갔다. 구속은 3km/h 낮아졌다.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1km/h로 팀 동료 저스틴 헤일리가 던지는 체인지업보다 느리다. 그러나 타자들이 공략에 애먹는다.
직구는 높은 코스에 주로 던진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타깃이다. 낮은 코스로 거의 던지지 않는다. 대신 커브를 이용한다. 구종 피안타율이 크게 하락한 원동력 중 하나가 오른손 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커브를 잘 꽂은 것이다. 지난해 0.321던 우타자 피안타율이 올해 0.246까지 안정됐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직구)과 하단(커브)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이전의 위력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윤성환의 반등 요인에 대해 "구속은 134~135km/h로 빠르진 않지만, 제구와 로케이션이 잘 이뤄진다"고 했다.
지난해 바닥을 찍었다. 24경기에 등판해 5승에 그쳤다.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가 무산됐다. 평균자책점이 6.98로 규정 이닝을 채웠다면 리그 최하위. 불혹을 앞둔 나이를 고려하면 재기가 쉽지 않았다. 나이대별 성적 변화를 알 수 있는 에이징 커브에서도 반등 요인을 찾기 힘들었다. 2019년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그러나 달라졌다. 가까스로 잡은 선발 기회를 살렸다. 1군 네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세 경기에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제 몫을 해냈다.
심리적 안정이 더해지지 위력은 배가됐다. 윤성환은 "작년에는 FA(프리에이전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잘하려는 마음을 갖다 보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FA 계약 이후 마음이 안정되다 보니 좋은 투구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살아난 직구와 심리적 요소는 윤성환을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에이징 커브를 무색하게 만든 21%의 '커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