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주혁과 권소현이 올해 백상 영화부문 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연보다 치열했던 경쟁 끝에 영광의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김주혁과 권소현은 1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과 '미쓰백(이지원 감독)'으로 남녀 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많은 영화 팬들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던 조연상 부문이었던 만큼 오랜 논의를 거쳐 수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김주혁의 마지막 트로피 지난 2017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 유작인 '독전'으로 올해 백상에서 마지막 트로피를 선물 받았다. 1998년 데뷔해 20년간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는 '독전'으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 "항상 연기를 향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던 시기, 김주혁은 이 영화 속 진하림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갈증을 풀었다. 섬세한 눈빛이나 신들린 표정 연기 같은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작품 속 인물 그 자체로 녹아들었다. 불꽃 같았던 진하림과 같이 마지막까지 모두 불태우고 홀연히 대중의 곁을 떠났다.
남자 조연상을 선정하기까지 오랜 논의가 이어졌다. 김주혁과 함께 '독전'에 출연했던 박해준도, '버닝'의 스티븐 연도, '마약왕'의 조우진도, '극한직업'의 진선규도 모두 지난 한 해를 빛낸 빼놓아선 안 되는 신스틸러들이기 때문. 7인의 영화부문 심사위원들은 "이토록 좋은 배우가 왜 벌써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쉽고도 슬프다. 이번 백상을 통해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돼 의미가 깊다. 김주혁은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악녀라면 권소현처럼 자꾸만 놀라운 것을 내놓는다. 스크린 데뷔작인 '마돈나'(2015)로 갑자기 나타나 폭발적인 연기로 심오한 메시지를 설득시키더니, 3년 후 '미쓰백'에선 언제 자신이 마돈나였냐는 듯 분노유발자 악녀로 변신했다. 너무 얄미운 나머지 전국의 관객들로부터 길에서 만나면 한 대 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미쓰백'에서는 심지어 데뷔 후 처음 악역을 연기했다. 이쯤되면 권소현에게 있어 '처음'은 그저 평범한 '처음'의 의미가 아니다. '나 이 정도도 할 수 있어'라는 자랑 혹은 경고다.
여자 조연상은 남자 조연상 못지않게 치열했다. 5명의 후보 모두 각각의 작품 속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낸 덕분이다. 게다가 장르부터 성격까지 각기 달라 명확한 장점을 지닌 터라 수상자를 선정하기 쉽지 않았다. 논의와 투표를 거듭한 결과, 권소현이 최후의 수상자로 정해졌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흔히들 열연이라고 표현하는 극단적인 연기 없이도 많은 호평을 받은 이하늬와 꾸준하게 연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염혜란의 활약도 빛났다"며 "원래 연기를 잘하는 권소현이지만 '미쓰백'의 악녀 권소현은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더 뛰어넘었다. 시나리오의 하나(1)를 열(10)로 만들어내는 권소현이 최종적으로 지지를 받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