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린 55회 백상예술대상의 수상 결과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결과였다.
TV 부문 대상은 JTBC '눈이 부시게' 속 알츠하이머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든 김혜자에게 돌아갔다. 영화 부문은 '증인'에서 현실에서 모습과 작품 속의 경계를 허무는데 성공한 정우성이 받았다. 정우성의 내려놓음이 만들어낸 '증인'은 그의 인생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대상 심사에 이견은 없었다.
남녀 최우수 연기상은 치열했다. TV 부문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온 의병 유진 초이를 연기한 이병헌이 'SKY 캐슬'에서 아이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해내는 엄마 한서진을 연기한 염정아가 영예를 안았다. 영화는 '공작'에서 냉철하고 강인한 인물 리명운을 연기한 이성민이 첫 백상예술대상의 수상을 만끽했다. '미쓰백'에서 더할나위없는 연기를 보여준 한지민은 또 하나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여우주연상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TV 부문 조연상은 그 어느 때보다 쟁쟁했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으로 이름을 알린 후 'SKY 캐슬'에서 밉지만 귀여운 차민혁을 연기한 김병철이 생애 첫 조연상을 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약을 펼친 이정은도 '눈이 부시게'서 보여준 눈물겨운 연기로 트로피를 받았다. 영화 부문에서는 유작인 '독전'으로 여럿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쓴 김주혁이 하나를 더 추가했고 '미쓰백'에서 주인공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 권소현이 영예를 안았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은 장기용·김혜윤·김영광·이재인에게 돌아갔다. '고백부부'로 첫 연기를 시작 '나의 아저씨' '이리와 안아줘' '킬 잇'까지 단 숨에 주연으로 성장한 장기용과 'SKY 캐슬'에서 성인들과 견주어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혜윤이 TV 부문 신인상에 선정됐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 김영광과 '사바하' 속 1인 2역으로 짙은 연기색을 띈 이재인이 첫 신인상 영광에 눈시울을 붉혔다.
예능상은 '웃음 장인'들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 1년간 바쁘게 지내온 전현무는 몸개그와 공감가는 진행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영자도 무려 26년만에 백상예술대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김옥영 심사위원장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단순한 연기에서 벗어나 공감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송인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은 그 어느 부문 보다 치열했다. 웰메이드 수작과 화제작이 몰려 한 시간이 넘는 희의 끝에 '나의 아저씨'가 선정됐다. 영화는 흔한 액션신 없이 입으로만 긴장감을 높여 '구강 액션'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 '공작'에게 돌아갔다. TV 부문 교양 작품상은 기존의 교양·다큐멘터리의 틀을 깬 '저널리즘 토크쇼J'가 차지했다. 예능 작품상은 매니저와 연예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일상을 들여다본 '전지적 참견 시점'이 영예를 안았다.
18년만에 부활된 연극 부문상은 성수연에게 돌아갔다. 연극부문의 시작과 도약의 의미를 담아 젊은연극상 부문을 신설했다. '타즈매니아 타이거' 연출 구자혜 '공주들' 연출 김수정 '비평가' 배우 김신록 '러브스토리' 배우 성수연, '줄리엣과 줄리엣' 연출 이기쁨 등 쟁쟁한 연극인들이 젊은연극상 첫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가운데 트로피는 성수연이 거머쥐었다.
성수연은 만난 적 없는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일상과 감성에 연기자로서의 상상을 통해 접근해가는 과정 자체를 그린 '러브스토리', 미래의 연극계에서 국민할머니가 된 원로배우 성수연의 간병 로봇으로서 그녀로부터 연기를 배워가며 연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로봇을 다룬 일인극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에서 뛰어난 상상력과 설득력을 보여줬다.
김옥영 심사위원장은 "백상의 수상 결과가 시대의 흐름·분위기·트렌드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서 심사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과거 수상 기록을 찾아봤을 때 한 눈에 그 시절 대중문화사가 읽혀야함을 염두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화부문 심사위원장 이명세 감독은 "규모에 의해 역차별 심사가 있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고 소외받는 후보가 없도록 꼼꼼히 살폈다. 장르·소재와 상관없이 모든 영화·배우·감독의 면면을 살펴보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