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2'에는 조수미가 출연해 서울대 수석 입학과 첫사랑,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성장한 배경인 어머니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꺼냈다. 지난 1983년 이탈리아로 쫓기듯 유학을 떠난 조수미는 "부유해서 간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아버지께 들었는데 출국 5일 전까지 돈이 없어서 비행기표를 못 샀다. 사실 먹는 것도 그렇고 버스도 돈을 못 내고 탄 적도 많다. 또 학교를 들어가야 하니까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레슨비도 만만치 않아서 돈이 궁핍했다. 또 집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이탈리아가 오페라의 고장인데도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엄청 쫓겨났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유학 배경엔 첫사랑이 있었다. 조수미는 서울대에 입학하고 대학 1학년 때 도서관에서 이상형 K군을 만나 첫눈에 반했다면서 "당시 K군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사귀어보자고 당돌하게 고백했다. K군이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일주일 뒤에 사귀자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연애를 하느라 성적은 올 F. 두 사람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재능이 아깝다며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유학 3개월 뒤 K군은 여자친구가 생겨 그만 만나자는 편지로 이별을 통보했다.
편지를 두 차례 읽은 조수미는 "사랑의 고통과 외로움, 모든 감정을 노래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게 한 남자"라고 회상했다.그러면서 유학을 간 첫 날부터 쓴 일기를 35년 만에 최초로 공개했다. 낡은 일기장 속에는 조수미의 힘든 유학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울지 말 것"이라는 반복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조수미를 단단하게 키워낸 어머니는 현재 치매에 걸렸다고. "유학시절엔 내가 이 고생을 왜 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고난의 길로 들어갔을 때 어머니가 많이 보고싶고 그리워지더라. 어머니가 많은 것을 해주셨구나 생각이 들었다. 화해의 빛이 보였다"고 전했다. 또 "사실 몇 년간 치매를 앓으시면서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못했다. 대신 노래를 많이 했다. 어머니가 노래를 하신다. 박자감도 있으셔서 손뼉 치면서 노래를 하신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