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2일 편성전략회의, 7일 본·계열사 편성책임자회의를 잇따라 열고 평일 드라마 편성 시각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9시로 이동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먼저 22일 첫 방송되는 새 수목극 '봄밤'이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9시로 이동한다. 6월 첫 방영 예정인 새 월화극 '검법남녀2' 역시 월, 화요일 오후 9시로 1시간 당겨진다.
현재 주말극 '이몽'이 토요일 오후 9시에 편성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으로 MBC 드라마는 모두 오후 9시로 고정된다.
1980년 드라마 '백년손님', 1987년 미니시리즈 '불새'를 통해 '평일 오후 10시 미니시리즈'라는 공식을 만든 MBC가 '오후 9시 드라마 시대'를 새롭게 연 것이다.
드라마 편성의 변화는 노동 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선제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녁 때 외식업 카드 결제가 가장 많았던 시간대가 2012년에는 오후 8~9시에서 2018년에는 오후 7~8시로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분석한 유동인구 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의 직장인 일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이 작년 동기간 대비 평균 55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확대되고 빨라진 저녁 여가시간에 맞춰 MBC는 주요 콘텐츠들을 이미 올해 초부터 잇따라 전진배치했다.
'뉴스데스크'는 이미 지난 3월부터 '30분 빠른' 오후 7시 30분으로 자리를 옮기고, 30분이 늘어난 와이드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시즌2로 돌아온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역시 시즌1과는 달리 한 시간 빠른 오후 10시로 당겨졌다.
MBC는 이번 개편을 통해 '뉴스데스크'와 드라마를 연속 배치하면서, 2012년 이후 깨진 '뉴스 이후 드라마'라는 전통적인 시청패턴을 복원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오후 9시 편성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는 의미와 함께,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드라마 시장은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대 5개,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대 4개 프로그램이 혈투를 벌이며, 한 두 작품만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 또 주요 채널의 평일 오후 편성은 9시 교양, 10시 드라마, 11시 예능 프로그램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
채널에 관계없이 같은 장르가 같은 시간대에 편성됨에 따라,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선택권을 제약받고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MBC는 이번 편성 변경이 방송사와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호 사장은 'MBC 뉴스레터' 창간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제대로 된 대작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내부 기획 역량 강화는 물론 외주제작사와 폭넓게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MBC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원칙 아래 사내 제도부터 외주제작사 지원 제도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드라마 라인업 구축과 함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