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애틀란타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루 사이 쏟아진 세 번의 완봉승. '9이닝 무실점'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의미는 모두 다르다.
지난 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에선 연이어 반가운 완봉승 소식이 전해졌다. 스타트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끊었다. 류현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홈경기에서 9이닝 동안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2013년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2170일 만의 완봉승. 빅리그 데뷔 이후 두 번째였다.
같은 날 밤에는 삼성 윤성환(38)과 키움 이승호(20)가 차례로 완봉승에 성공했다. 윤성환은 대구에서 NC를 상대로 9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승호는 고척 LG전에서 9이닝을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 투수의 완봉승은 삼성 외국인 투수 덱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에 이은 시즌 2·3호 기록이다.
투수 분업화가 철저히 이뤄지고 불펜의 역할이 갈수록 더 강조되는 현대 야구에서 완봉승은 점점 더 희귀해지는 기록이다. 특급 선발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다르지 않다. 실제로 류현진의 완봉승은 2017년 8월 24일 리치 힐 이후 다저스 선발투수가 해낸 1년 9개월 만의 완투였다. 또 다저스타디움에서 다저스 소속 투수가 완봉승을 올린 것은 2016년 5월 24일 클레이턴 커쇼 이후 무려 3년 만에 처음이다.
이뿐 아니다. KBO 리그에서 하루에 두 명 이상 완봉승 투수가 나온 것은 2012년 9월 26일 KIA 윤석민과 두산 노경은 이후 7년 만이자 2415일 만이다. 또 윤성환과 대구에서 맞대결한 NC 선발 드류 루친스키도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하면서 한 경기 선발투수 두 명이 모두 완투하는 명장면을 남겼다. 경기 내내 투수 교체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이 경기는 단 2시간 만에 끝나 올 시즌 최소 시간 게임으로 기록됐다. 이승호는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이자 2008년 히어로즈 구단 창단 이후 최연소 완봉승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 세 투수의 완봉승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류현진은 완봉승과 함께 수년간 그를 괴롭혔던 어깨와 팔꿈치 수술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도 '부상'에 대한 물음표를 떨치지 못해 결국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였던 류현진이다. 최상의 상태로 준비한 올 시즌은 마운드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건강한 류현진'은 그저 '좋은 투수'가 아닌 '특급 투수'라는 사실을 완봉승으로 입증했다.
윤성환도 올 시즌 10개 구단 투수 가운데 유일한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베테랑 선발투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웠다. 2011년부터 7년간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윤성환은 지난 한 시즌 동안 명성에 못 미치는 피칭으로 고전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특유의 면도날 제구력과 노련한 피칭으로 일찌감치 붕괴된 삼성 선발 마운드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결국 팀에 한 달 만에 연승을 선사하는 완봉승까지 해냈다. 윤성환의 건재를 알린 상징적 승리였다.
이승호는 데뷔 첫 완봉승과 함께 키움의 차세대 왼손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는 2017년 신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에 지명돼 KIA에 입단했지만, 그해 7월 베테랑 불펜 투수 김세현이 포함된 2 대 2 트레이드로 이적해야 했다. 그 이후 절치부심하면서 1군에서 기량을 펼칠 기회를 노렸다. 결국 올해 5선발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고, 다른 팀 3~4선발 못지 않은 능력을 뽐내면서 팀의 미래로 인정받았다. 완봉승은 유망주 이승호를 더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