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알칸타라(27)는 변수가 적은 투수다. 시즌 초반 선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다.
kt 외인 1선발은 매년 이미 KBO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투수가 맡았다. 2015시즌 크리스 옥스프링, 2016~2017시즌 라이언 피어밴드와 트래비스 밴와트, 지난해는 더스틴 니퍼트가 있었다. kt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투수 가운데는 성공 사례가 없다. 재계약도 없다.
알칸타라는 kt 해외 스카우트팀의 명예 회복을 이끌어 줄 투수다. 니퍼트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그는 지난주까지 등판한 일곱 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해냈고, 이닝당 출루 허용(1.14) 피안타율(0.251) 등 세부 기록도 리그 상위권이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0km 후반까지 찍힌다.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투구를 지켜본 몇몇 야구전문가들은 "구위만 보면 20승 투수 감이다"고 했다. 강속구 투수는 대체로 제구력이 좋지 않거나 볼 배합이 단조롭다는 선입견이 은연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칸타라는 그런 우려를 털어 냈다. 속구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직한 포심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은 29.1%(스탯티즈 기준)에 불과하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13~16%, 커브도 5%가 넘는다. 미국·한국 야구의 트렌드인 움직임이 있는 속구 계열도 많이 던진다. 결전은 피하지 않고,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도 던진다.
기량만큼 경기 자세도 바람직하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나는 마운드에서는 달라진다"고 했다. 직접 겪어 본 이강철 kt 감독도 그런 면모를 인정했다. 전투 태세 전환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감정 조절을 못하는 편도 아니다. 이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분한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과하지 않다. 빨리 평정심을 찾는 편이다"라고 했다. 적당한 승리욕과 경쟁심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개막 일곱 경기 기준으로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긴 투수가 있다. 피어밴드가 2017시즌에 5승2패 평균자책점 1.41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 무기 너클볼의 움직임이 좋지 않거나 포수의 포구가 헐거우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과 외부 영향을 모두 받아야 했다. 정통파인 알칸타라는 상대적으로 불안 요소가 적다.
사진=kt 제공
팀 내 융화 능력은 과거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쉐인 유먼을 연상하게 한다. 다른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와 호흡도 좋다. 무엇보다 한국 무대를 향한 존중이 있다. 그의 목표는 kt와 재계약이다. 빅리그 도전을 위한 발판을 삼는 선수가 아니다. 여러모로 자세가 좋다.
두 자릿수 승 수를 거둔 kt 소속 외인 투수는 2015년 옥스프링이 유일하다. 알칸타라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을 넘어 가장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있는 자세와 자질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