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19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드래프트 선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OVO 제공 가빈(33)이 돌아왔다. 역대 최단신 외인 선수도 입성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2019 남자부 외국인 선수를 뽑는 트라이아웃을 마감했다. 네 구단이 이미 한국 무대에서 기량을 증명한 선수를 선택했다. 새 얼굴을 지명한 구단은 세 팀. 최대어 듀오는 무난히 상위 순번에 이름이 불렸다. 사령탑의 지향점을 기대하게 만든 파격 선택도 있었다.
한국전력은 최상의 시나리오를 썼다. 지명권은 총 140개 구슬을 지난 시즌 리그 성적을 기준으로 차등 배분한 뒤, 구슬함에서 나오는 순서대로 정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에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그 덕분에 지명 구슬 35개, 1순위가 될 가장 높은 확률을 얻었고 실제로 이뤄졌다.
주저 없이 가빈을 선택했다. 그는 2009~2010시즌에 입성해 세 시즌 동안 V리그에서 뛰며 삼성화재의 통합 우승을 견인한 역대 최고 외인이다. 정규 시즌 MVP 2회, 챔프전 MVP 3회 수상자기도 하다. 2011~2012시즌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났고 여러 나라 리그를 경험했다. 어느덧 서른을 넘어선 베테랑.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는 단연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신임 감독에게 큰 선물이다. 전방위적 팀 쇄신에 나선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종료 이후 장병철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한다. 주포 서재덕이 군 복무로 이탈하며 생긴 공격력 저하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은 "팀을 이끌어 줄 선수가 필요하다. 명성·이력·몸 상태를 모두 고려했다. 가빈에게 주장을 맡길 생각도 하고 있다"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가빈도 "내가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가빈과 함께 최대어로 꼽힌 산체스(33)는 3순위로 KB손해보험의 선택을 받았다. 2013~2014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대한항공에서 뛴 선수다. 첫 시즌에 리그 득점 3위에 올랐다. 강한 서브가 강점이다. 감독들의 사전 선호도 1위를 받기도 했다. 권순찬 감독은 "차원이 다른 선수다. 1순위가 나와도 가빈이 아닌 산체스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대한항공에 있을 때 수석 코치던 권 감독님이 있는 팀에 와서 기쁘다. 더 많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 무대 재입성 소감을 전했다.
우리카드는 트라이아웃 둘째 날에 우선지명권을 행사했다. 기존 외인 아가메즈(34)와 재계약했다. 그는 지난 시즌 득점 부분 2위(873점)에 오른 선수다. 내내 1위를 지키다가 시즌 막판 부상 탓에 타이틀을 내줬다. 우리카드의 봄 배구 진출을 이끈 1등 공신이다. 어차피 가빈과 산체스를 제외하면 아가메즈만한 선수가 없었다. 신영철 감독은 지명 순위가 밀릴 수 있기 때문에 모험하지 않았다. 아가메즈는 "내가 건강하다면 챔피언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뛰었던 요스바니(28)를 선택했다. 타이스·아가메즈에 이어 득점 3위에 오른 선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현실적으로 우리 순위 중에 1번이었다"며 "제발 남아 주기 바랐다"고 했다. 몸 관리와 경기 기복이 단점으로 지목되는 선수다. 사령탑은 보완이 가능하다고 봤다.
새 얼굴을 뽑은 세 팀도 사연이 있다.
지난 시즌 정규 시즌 1위 대한항공의 행보는 단연 주목받았다. 4순위 지명권을 받은 박기원 감독은 안드레스 비예나(26)를 지명했다. 현장에서는 탄성이 나왔다고. 여자부도 신장 2m 선수가 입성하는 추세 속에서 192cm, 역대 최단신 외인 선수를 선택한 것.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깊은 회의를 했다. 조금 색다르게 완전한 스피드 배구를 해 보자는 취지에서 비예나 영입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이 추구하는 분위기·배구와도 잘 맞을 것 같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대해서도 "이단 공격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스피드 배구를 하며 바꿔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선수는 "솔직히 키가 작아서 지명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매우 행복하다. 빠른 배구를 좋아한다"고 했다.
석진욱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맞는 OK저축은행은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산체스가 아닌 레오 안드리치(25)를 선택했다. 트라이아웃에서 보여 준 산체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드리치는 두루 좋은 공격력을 증명했다는 평가. 석 감독은 "서브에 강점이 있고 어려운 공을 처리할 줄 아는 센스를 높이 샀다"며 "새 얼굴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빠른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재도약을 노리는 삼성화재는 조셉 노먼(25)을 지명했다. 사전 선호도는 하위권이었지만 코트 위에서 감독들의 생각을 바꿔 놓은 선수다. 고공 배구 실현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신진식 감독은 "높이와 센스·장래성이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