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구FC는 요즘 가장 ‘핫’한 K리그 팀이다. 올해 개장한 DGB대구은행파크(1만2000석 규모)의 평균 관중은 1만명(1만812명)이 넘는다. 젊은 선수들의 재미있는 스리백 축구가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엔 소녀 팬들이 구단 버스 앞에 진을 치고 선수들을 기다린다. 대구 구단 홍보팀 조은비 사원은 “소녀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정승원(22)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승원은 중앙 미드필더 겸 섀도 스트라이커다. 별명은 ‘달구벌 아이돌’, ‘얼굴 천재’다. 배우 변요한, 지창욱을 닮았다. 안정환-임상협 등 ‘꽃미남 축구선수’ 계보를 잇는다. 한승규(전북), 전세진(수원 삼성), 조유민(수원FC)과 함께 ‘K리그 4대 얼짱’으로도 불리는데, 정승원이 그중 제일 잘생겼다는 평가다.
최근 대구에서 만난 정승원은 “부모님이 서로 자기를 닮았고 싸우신다. 또 한 여성 팬은 제 얼굴을 그린 케이크를 선물해줬다”며 “얼굴만큼 축구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원은 지난달 27일 강원전에서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지난 3일 상주전에서 1-0 승리의 결승골을 기록했다. ‘주포’ 세징야(브라질)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2경기 연속골이다. 대구는 K리그1 4위에 올라있다.
공격만큼 수비도 잘한다. 대구 대표이사인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영표에게 맨 마킹을 시키면 정말 잘했는데, 정승원도 이영표처럼 상대 에이스를 지워 버린다”고 칭찬했다. 곱상하고 키도 1m70㎝이지만, 터질듯한 허벅지를 가졌다. 활동량도 엄청난데, 올림픽대표 시절 45분 기준으로 6~7㎞를 뛰어다녔다.
정승원은 고교 시절 무릎을 다쳐 1년 유급했다. 2018년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2군을 전전했다. 지난해 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웠다. 상대와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주전까지 꿰찼다. 동료로서 호흡을 맞춰 온 1997년생 동갑내기 미드필더 김대원, 장성원과 함께 ‘원 트리오’를 구축했다.
정승원은 “잉글랜드 첼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28·프랑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캉테는 키가 1m69㎝에 불과하지만, “지구의 70%는 물로 덮여있고, 30%는 캉테가 커버한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활동량이 많은 선수다. 경기마다 정승원은 최전방과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캉테처럼 뛰어다닌다.
정승원은 3월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2차전(홈)에서 광저우 헝다(중국)의 파울리뉴(브라질)를 꽁꽁 묶었다. FC바르셀로나 출신인 파울리뉴의 연봉은 186억원이다. 지난해 대구 구단 선수 전체 연봉(43억원)의 4배가 넘는다.
정승원은 “파울리뉴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더니, 욕하면서 화를 내더라. 리턴매치 때도 악착같이 따라다니겠다”고 말했다. 조 2위(3승2패)인 대구는 22일 광저우와 최종 6차전(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
정승원은 다양한 세리머니로도 관심을 모았다. 손으로 알파벳 ‘L’을 만든 뒤 양발을 좌우로 올리는 앙투안 그리즈만(28·프랑스)의 댄스 세리머니, 손가락을 ‘V’자로 펴서 얼굴 아래에 갖다 대는 파울로 디발라(26·아르헨티나)의 ‘마스크 세리머니’등을 따라 했다.
정승원은 “광저우전에 골을 넣는다면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를 펼쳐 보이겠다. 그리고 천천히 달리면서 광저우 응원단을 바라보는 ‘산책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