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는 첫 방송부터 'KBS 드라마답지 않다'는 반응 속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단 한 번도 수목극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남궁민·김병철·최원영·진희경·박은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에 감각적인 연출·화려한 액션신 등이 호평받았다.
무엇보다도 남궁민의 연기 내공이 '닥터 프리즈너'의 품격을 높였다. 남궁민이 김병철에게 "내가 과장님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 줄 아냐. 과장님은 이기기 위해서 남의 손에 피를 묻히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내 손에 피를 묻힌다"고 말한 12회 엔딩은 남궁민의 광기가 안방극장까지 전해지며 전율을 선사했다. 신들린 연기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며 눈빛 하나, 대사 한 마디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또 최원영이 자기 어머니에게 한 만행을 알게 돼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28회도 남궁민의 연기력이 완성한 장면이다.
60분을 쥐락펴락하는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재벌들을 갖고 놀다가도 180도 돌변해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전략을 세우고 상대방을 무너뜨렸다. 악역처럼 이성을 잃고 폭주할 때도 있었지만 선한 본성과 인간미를 버리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가 남궁민 표 나이제의 복수를 응원하게 했다. 가장 선한 얼굴부터 가장 악한 얼굴까지 남궁민이 가진 연기 스펙트럼을 남김없이 펼쳐 보이며 '닥터 프리즈너'가 놓친 빈틈을 메웠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시청자의 호평까지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초반에는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권력 다툼은 새로웠다. 응급의학센터 에이스에서 의료사고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 남궁민(나이제)이 복수를 위해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고, 김병철(선민식)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가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주인공이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역의 면모도 있는 남궁민과 김병철의 종잡을 수 없는 대결 구도가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그러나 남궁민과 김병철의 핑퐁 게임이 반복되면서 도돌이표라는 느낌을 줬다. 복수의 최종 목표이자 극 중 최고 악역인 최원영(이재준)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에는 김병철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며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정체됐다. '닥터 프리즈너'가 내세운 형집행정지라는 아이템은 사회 풍자 메시지를 주기도 했지만, 이 역시 여러 사례를 다루다 보니 처음보다 신선도가 떨어졌다.
치고 나가야 할 때 자꾸만 주저앉는 답답한 전개, 반복되는 플롯은 장르물 애호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그런데도 '닥터 프리즈너'가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명품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남궁민의 활약 덕분이다. 가진 자들에 의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남궁민의 복수극이 중심이 되는 '닥터 프리즈너'에서 남궁민은 전개뿐만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통쾌한 사이다를 안기면서 '닥터 프리즈너'에 부족한 한 방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