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인식할 수 있고, 특정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나이 3세. 이 때부터 4세 정도까지 영·유아 아이들은 뽀통령 ‘뽀로로’로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5세로 접어들면서 뽀로로를 졸업한 어린이들은 ‘캐리’에 눈을 돌린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우리가 말하는 ‘키즈’의 연령층은 넓다. 베이비부터 칠드런까지 3~13세까지로 보고 있다”며 “캐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뽀로로’ 이후의 아이들인데, 우리끼리 방탄소년단(BTS)로 넘어가기 전까지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시 구로구 캐리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캐리’를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캐릭터처럼 롱런하는 IP(지식재산권)가 되겠다는 포부기도 하지만, 아시아만의 동양적인 세계관의 캐릭터 브랜드를 갖고 세계로 나가겠다는 의지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일단 올해는 중국에서 캐리 브랜드 기반의 새로운 신규 사업을 시도하는 첫해”라며 “캐리 브랜드로 가장 먼저 시도하는 ‘목욕 제품’과 더불어 ‘영어 워크북’·공연도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서는 IPO를 통해 8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 왜 키즈 콘텐트였나.
“글로벌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만이 할 수 있었던 어린이 콘텐트 영역의 진입 장벽이 유튜브를 통해서 무너졌다. 기회가 생겼음을 간파하고 과감하게 대시했던 거다.
캐리소프트를 시작한 2014년이면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초기 시장이었다. 주목받던 플랫폼이 아니었다. 키즈 콘텐트는 지상파 방송에서 소홀히하던 영역이기도 했고 경쟁도 심하지 않았다.
두번째는 키즈 콘텐트가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이 낮다는 점이었다. 국가별 언어로 핸디캡이 덜한 영역이 키즈 영역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키즈 콘텐트가 부상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창기에 ‘장난감 언박싱(제품 박스를 뜯어서 직접 시연해 보는 것)’ 콘텐트가 주목받고 있어 캐리소프트도 언박싱으로 시작했다.”
- 현재 캐리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콘텐트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TV와 모바일 콘텐트를 모두 다룬다. ‘캐리TV’라는 방송 채널을 소유·운영하고 있고 콘텐트도 처음에는 장난감 언박싱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교육 영상 콘텐트로 확장했다. 엔터테인먼트부터 에듀케이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배포하고 있다. 키즈 영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키즈 영역을 크게 보면 엔터테인먼트와 에듀케이션 콘텐트가 있지만, 포맷 관점에서 보면 실사 동영상에서부터 애니메이션이 있고 2D·3D도 모두 하고 있다.”
- 캐리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키즈 콘텐트 전체에서 흔히들 ‘빅3’라고 하면 ‘뽀로로’와 ‘핑크퐁’, 그리고 ‘캐리’로 평가하는 것 같다. 이 세 개가 브랜드 채널을 갖고 있다.
저연령층 4세 미만은 핑크퐁과 뽀로로가 강력하고, 그 이상 연령층에서는 캐리가 경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캐리소프트의 연기자들이 회사 앞을 나가면 알아봐 주신다. 또 회사 앞에 아이들이 찾아와 연기자들을 기다리기도 한다. 흔히 보는 아이돌 팬덤처럼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팬덤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 최근 캐리에서 힘주고 있는 콘텐트는.
“어린이들은 공부를 싫어한다. 그래서 노래하고 율동하면서 영어를 배우면 좋겠다고 해서 교육 콘텐트를 만들었다.
캐리 브랜드와 캐릭터로 직접 창작한 음악으로 교육 영상을 만들었고, 이렇게 잘 만든 영상들을 배포하고 워크북도 만들고 있다.
콘텐트가 좋으면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이 브랜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캐리의 작년 매출 중 70%는 콘텐트가 만들어 낸 브랜드의 매출이었다. 상품과 공연·교육 출판 등이 해당된다.”
- 이런 콘텐트 사업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콘텐트 사업은 돈을 먼저 쓰고 나중에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다. 돈을 못 버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게 어려운 부분이다. 그리고 콘텐트는 굉장히 휘발성이 강해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게 특징이다.
예컨대 책이나 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트들 중에서도 대체로 실사 영상 중심 콘텐트는 유효기간이 짧아서 롱런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제작 비용이 계속 올라간다. 왜냐면 시청자들은 웰메이드 콘텐트를 계속 원하고, 눈높이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IP와 브랜드라고 본다.
지금 캐리는 중국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유튜브 구독자가 370만 명인데 비해 중국 구독자는 660만 명이다. 중국에서만 콘텐트 누적 48억 뷰다.
해외에서도 저희 콘텐트가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IP나 브랜드 파워가 형성되기 시작해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할 수 있는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국내 교육 콘텐트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어린이 숫자가, 신생아가 줄고 있다. 키즈 시장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신생아 수 3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저희는 키즈 시장이 줄진 않는다고 본다. 이유는 어린이 1명에게 지출하는 가족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8포켓’ 즉, 1명을 위해 돈을 꺼내는 주머니가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 가족에 어린이 숫자가 줄어든다고 지출도 비례해 줄어드는 건 아니다.
한국 키즈 시장은 줄지 않고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시장은 작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 더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자녀를 많이 안 낳으려는 분위기는 한국과 같다. 하지만 절대 인구가 많기 때문에 신생아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중국시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글로벌로 보면 그 이상이다. 그래서 해외시장에서 훨씬 더 포텐셜을 갖고 있다고 본다.”
- 글로벌 시장 속 캐리소프트는.
“처음부터 캐리는 글로벌을 목표로 했다. 저희는 영미권보다는 중국어권 시장을 처음부터 고려했다.
캐릭터들이 동양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데 이유가 있다. 부모와 자녀 간 사랑이라든지 친구와 우정·이웃과 관계 등 캐릭터에 동양적 세계관이 담겨 있기 때문에 유교권에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캐릭터를 설계했다.
다른 캐릭터는 동물이 아니면 사물이지만, 캐리의 캐릭터들은 사람이다. 친근한 어린이 캐릭터를 만들어서 아시아권부터 글로벌화를 시도했다.
아시아에서 성공하면 그게 곧 글로벌이라고 본다. 문화가 다른 영미권에 처음부터 억지로 노크하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베트남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다.”
- 다른 교육 콘텐트들과 캐리소프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대전제는 다른 곳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캐리는 사람 캐릭터고 타깃 연령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 캐릭터로서 캐리의 캐릭터들은 전 세계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이모·삼촌에게 어필하는 개성있는 어린이 캐릭터로서 발전시킬 것이다.
또 다른 키즈 콘텐트에 사람 캐릭터가 있더라도 입체적으로 구성돼 있는 캐릭터는 캐리밖에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개발해 체계적으로 갖춘 캐릭터군은 없다고 본다.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고 있기도 하지만, 기존의 캐릭터들을 심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평면 캐릭터가 있으면 2D가 나오고, 3D도 나와야 한다.
캐릭터들은 또 다양한 옷도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도 하나하나 개발해야 한다.
지금은 다민족·다인종 사회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에서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거다.”
-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IPO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잇는데, 첫째는 가장 모범적인 방법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자금을 공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지표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검증받은 기업만 IPO가 가능한데, 우리 사회의 평가를 얻는 정성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캐리소프트의 미래는.
“브랜드와 캐릭터는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구조다. 매일 콘텐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단하지 않는 한 시간은 우리 편이다. 지금은 캐리를 모르는 분들, 아직 자녀가 없는 기혼자들, 조카가 없는 미혼자, 손주가 없는 분들도 언젠가는 캐리를 알 수밖에 없다. 이렇게 캐리는 키즈에서 출발해서 패밀리까지 확장될 것이다. 결국에는 패밀리 브랜드로 가는 게 로드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