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설립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박세리·박인비·신지애·박성현 같은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을 배출해 내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은 여자 골프 인기에 불을 붙였고, 미국·일본과 더불어 KLPGA는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골프의 인기는 조금씩 식어 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서천범 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내장객은 358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으며,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규 골프 인구 유입이 더디고, 유소년 골프 인구는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여자 골프의 인기도 언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골프 인구를 늘리고, 유소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KLPGA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일간스포츠는 심층 기획 마지막으로 KLPGA의 사회공헌활동과 유소년 저변 확대 정책을 짚어 보고 방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3월 22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KLPGA 정기총회.
KLPGA의 강춘자 수석 부회장은 대의원들 앞에서 “올해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부탁해도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978년 선발된 KLPGA 1호 골퍼로 통산 10승을 거둔 뒤 1992년 협회에 전무이사로 들어와 부회장과 수석 부회장을 거치면서 29년 동안 장기 집권을 이어 왔던 ‘강춘자 시대’는 이로써 막을 내리게 됐다.
강춘자 수석 부회장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KLPGA가 자리를 채 잡지 못했던 데다, 허술했던 정관도 한몫 보탰다. 그동안 KLPGA 내에는 임원의 연임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2008년 임원의 연임 및 중임을 8년으로 하는 정관 개정을 통과시켰지만, 주무 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행정 실수가 벌어졌다. 정관의 허술함을 이용한 강춘자 부회장은 2016년 ‘임원 임기’가 정관에 명시되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는 논리로 다시 수석 부회장 선거에 나왔고, 연임에 성공했다.
KLPGA는 3월 정기총회에서 수석 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를 대의원 선출제에서 회장 지명제로 바꾸는 한편, 각 임원직을 한 번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관 개정 투표가 거수로 진행되는 등 매끄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일부 대의원·이사들의 거센 반대가 이어졌지만, 참석 대의원 45명 중 41명이 찬성하면서 정관 개정안은 통과됐다. 이에 대해 KLPGA 김상열 회장은 “한 사람이 16년씩 임원을 하면 아무리 유능해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독재하면 교만해진다. 이런 폐단을 막고 균형과 견제를 이루면서 이사들 중 능력 있는 사람을 회장이 임명하자는 게 골자”라고 정관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KLPGA 회원들의 반대는 거세다. 바뀔 정관대로라면 수석 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를 각각 4년씩, 총 12년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집권을 막겠다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있다. 진심으로 장기 집권을 막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임원의 연임 및 중임에 대한 정관을 추가해야 하며, 4년을 임기로 하되 연임 제한이 없는 이사 임기에 관한 사항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쪽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관 개정의 배경은 물론이고 회원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정관 개정 배경처럼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KLPGA가 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2500여 회원을 위한 살림을 꾸려 나가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개정 정관의 정기총회 통과로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앞으로 상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회원들이다. KLPGA는 올해 말 2500여 회원들의 손으로 자신들의 대표인 대의원 70명을 뽑는다. 내년 초에는 7명의 이사와 수석 부회장·부회장·전무이사를 뽑는 선거도 치른다. 인정에 끌려, 밥을 잘 사 주기 때문에 한 표를 던지면 또다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 있다. 협회 주인인 회원이 감시자가 돼 회장이, 대의원과 이사회가 제대로 업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전직 이사를 지낸 D프로는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대의원과 이사가 돼야 한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