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와 송강호 보유국. '봉송 콤비'의 스케일은 역시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역대급 사고를 친 주역들이 봉준호와 송강호라 다행이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협업한 4번째 작품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 제72회 칸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서로를 '영화 인생 동반자'라 표현하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관계성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최정상 자리에 올라 역사를 다시 쓴 만큼 72회 칸영화제의 키워드는 곧 '기생충'이다.
충무로 최강 콤비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약 20여 년간 네 작품을 함께 했다. 형사물의 새 지평을 연 '살인의 추억', 사회적 메시지와 흥행성을 모두 잡은 1000만 영화 '괴물'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 포문을 연 '설국열차' 속에는 각기 다른 송강호의 얼굴이 담겨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막역한 사이인 만큼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황금종려상 수상 전 과정을 함께 하며 전부터 후까지 장소를 막론하고 '배우 송강호'에 대한 예우를 표현한 봉준호 감독의 모습은 내 작품 안에서 카메라 앞 인물로 살아 숨쉬며 명작 탄생에 이바지한 내 배우, 내 페르소나를 아낄 수 밖에 없는 감독이 고귀한 성품을 고스란히 엿보이게 했다.
칸으로 출국하기 전부터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에 대한 '리스펙'을 시전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6년만에 재회한데 대해 "봉 감독은 매번 놀라운 상상력을 갖고 통찰적인 작품에 도전한다. '기생충'은 과거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과 가장 비슷했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이후 ‘괴물’ ‘설국열차’를 통해 또 다른 장르적 묘미와 즐거움을 줬다. 이번 영화는 16년간 봉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 영화의 진화,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다"고 흡족해 했다.
또 "'살인의 추억' 이전에 오가며 알고 지낸 시간까지 합하면 20년 가까이 된 인연이다. 인간적인 믿음도 있겠지만 봉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 비전이 감동적이고 감탄스럽다"며 "봉 감독 영화를 찍을 때면 심리가 자극적으로 변하고 더 창의적으로 연기하게 된다. 어떤 창의적인 것도 다 받아들일 것 같아서다. 예술가로서 경지에 올랐다"고 극찬에 극찬을 거듭했다.
봉준호 감독이라고 다를 바 없다. "지난 16년 동안 네 편의 작품을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었다"고 운을 뗀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선배님께는 어떤 역할을 부탁드리기보다 항상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 이번 '기생충'도 그렇다. 강호 선배님과 함께하면 연출할 때 더욱 과감해지고 의지하게 된다"고 진심을 표했다.
그는 "이번에도 너무 좋았다. 최우식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대사 한 줄 정도 분량이 적지만, 분량이 무색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셨다. 축구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분위기와 수준을 다르게 만드는 것처럼 송강호 선배님은 배우로서 그런 존재다.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강호 선배님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거침없이 털어놨다.
한국 영화를 이끌면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 한 20년은 '황금종려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로 돌아왔다. 영화제 기간내내 '기생충'에 대한 남다른 반응을 몸소 체감한 송강호는 폐막식까지 현지에 체류해야 하는 봉준호 감독을 위해 정해진 스케줄까지 변경하며 페르소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폐막식에 정식으로 초대받아 찾은 폐막식 레드카펫은 황금종려상을 받으러 가는 꽃길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폐막식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보다 더 환희에 찬 외침과 함께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봉준호 감독은 상을 받으러 나가는 순간에도 송강호를 챙겼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이 반강압적(?) 요청에 따라 깊이있는 수상소감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배우의 멘트를 이 자리에서 꼭 듣고 싶다"고 마이크를 넘겼고,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 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해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순간을 완성했다.
화면의 화제성을 잘 아는 봉준호 감독은 포옹을 넘어선 역대급 장면을 또 하나 완성했다.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고 선 포토콜 자리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송강호를 향해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린 것. 광대가 치솟아 함박웃음을 짓는 송강호의 미소는 순도 100%의 진심이었다. 명작을 통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까지 만들어 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를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공식 상영 레드카펫에서 "송강호와 언제 또 새 작품을 함께 할 것이냐"는 현장 리포터의 질문에 "내년!"이라고 고민없이 답했다. 현실화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봉준호 감독과 위대한 배우 송강호의 5번째 작품은 영화팬들에게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 줄지, 이들에 대한 아쉬움은 만나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없다.
한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7일 오후 황금종려상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금의환향한다. 칸의 감동이 채 사그라들기 전 28일 국내 언론시사회를 진행하며 매체 인터뷰 등등 정식 개봉을 앞두고 각종 공식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72회 칸·결산 ③] 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칸(프랑스) 박세완 기자 / 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