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한 롤랑 가로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가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서 개막했다.
매년 5월 열리는 프랑스오픈은 호주오픈·윔블던·US오픈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대회(그랜드슬램) 중 하나로,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로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오픈이라는 이름보다 '롤랑 가로스(Roland Garros)'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대회 엠블럼부터 홈페이지·SNS 등도 모두 '롤랑 가로스'로 표기한다. 정식 명칭은 '프랑스 롤랑 가로스 국제 대회(Les Internationaux de France de Roland Garros)'로, 이를 줄여 '롤랑 가로스'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롤랑 가로스'라는 대회 이름의 유래가 테니스와 전혀 관계없는 한 비행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이다. 지중해를 비행기로 횡단한 최초의 비행사이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비행사로 활약한 롤랑 가로스가 그 주인공이다. 19세 때 처음 비행을 시작한 롤랑 가로스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공군에 입대해 서부 전선에서 복무하며 최초의 비행 전투를 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1915년 4월 비행기가 추락해 독일군의 포로가 됐지만, 3년 이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해 다시 공군에 자원 입대한 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한 달 전 전사했다.
이처럼 롤랑 가로스는 프랑스 최초의 전투비행사이자 전쟁 영웅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오픈에 그의 이름이 붙은 가장 큰 배경은 프랑스오픈 스타디움 건설 책임자였던 에밀 르지에의 '우정'에 있다. 1927년 미국에서 열린 데이비스컵(국가대항전)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하고, 이듬해 프랑스가 데이비스컵 결승전을 유치하면서 경기장 건설 여론이 일었다. 새로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를 주도했던 에밀 르지에는 스타디움 명칭을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전쟁 영웅인 롤랑 가로스로 지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스타드 롤랑 가로스)'이 됐다.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는 두 개의 메인 코트가 있는데, 중심에 있는 센터 코트에는 프랑스 테니스의 역사 그 자체인 필립 샤트리에의 이름이 붙었다. 국제테니스연맹(ITF) 회장을 역임한 샤트리에는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선수이자 프랑스 테니스의 전설이다. 프랑스테니스협회는 필립 샤트리에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롤랑 가로스의 센터 코트에 그의 이름을 붙였고,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유서 깊은 경기장이자 그랜드슬램 토너먼트 중 유일한 클레이 코트로 롤랑 가로스와 함께한다. 롤랑 가로스 코트 중 두 번째로 큰 코트는 여자 테니스의 전설 수잔 렝글렌의 이름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