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대관령의 찬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발왕산’이었다. 발왕산은 최근 평창군청이 용평리조트와 함께 세계 명산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으며 점차 관광지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발왕산 정상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 산 아래 경치에 감탄하고 발왕산에서 솟아오른 약수물도 마시며 한숨 돌린 뒤,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등산로를 걷는다. 한 달여간 교육받은 용평리조트의 숲 해설사들에게서 나무와 야생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 보니 금세 해발고도 1458m의 정상이다. 지난 23일 자연과 함께 쉬엄쉬엄 즐기는 발왕산에 다녀왔다.
나무와 풍경이 있는 ‘발왕산’ 발왕산은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발왕산은 ‘왕이 태어날 기를 가진 산’이라는 의미다. 옛 기록에 따르면 발왕산은 여덟 왕의 자리가 있는 산이라고 해서 ‘팔왕산’으로 불리다가 왕이 날 기운이 있는 대지라고 전해져 내려오며 ‘발왕산’이 됐다.
용평리조트에서 발왕산 정상 부근인 ‘드래곤캐슬’까지는 케이블카로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편도 20분, 길이 7.4㎞의 케이블카다. 케이블카 내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설치돼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음악과 함께 발왕산 풍경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발왕산이 높은 산이긴 하지만,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2시간 반 정도면 정상까지 도달한다고 했다.
여름이 다가오는 5월 발왕산은 푸르름 그 자체였다. 숲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타고 드래곤캐슬에 도달하면, 걸어서 정상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발왕산이 품은 신비로운 나무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발왕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단연 주목 군락지다”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발왕산 주목 군락지에는 나무 둘레가 3~4m에 이르고, 수천 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주목 260여 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주목은 가지와 줄기가 모두 붉은빛을 띤 상록수며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수명이 긴 나무기에 더욱 상서롭다.
특히나 발왕산을 빛내는 나무는 정상에 위치한 ‘마유목’이다. 마유목이라는 이름은 야광나무 속에 마가목 씨가 싹을 틔워 상생하며 자라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무라는 뜻을 함축한다.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인재개발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김경래 박사에 따르면 마유목은 단순히 뿌리나 줄기가 엉킨 연리지·연리근과 확연히 다르다. 뿌리부터 몸통·가지까지 모두 한 몸이 돼 자라난 희귀한 나무가 바로 발왕산 마유목이라고 한다.
야광나무 안에 자리 잡은 마가목은 마치 어머니 품속에 있는 자식처럼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돼 주며 새로운 에너지를 잉태하듯이 성장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마유목을 모자(母子)나무라고 부른다”며 “모 대기업 임원은 이 나무를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등장하는 갈매나무도 발왕산에 자리하고 있다. 백석은 작품에서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문구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갈매나무에 비유한 바 있다.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한겨울에 외롭게 눈을 맞고 선 갈매나무에 투영한 것이다. 보통 2m 남짓의 자그마한 나무지만, 발왕산 갈매나무는 5m가 넘는 키를 자랑한다.
용평리조트 관계자는 “백석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곳을 방문해 갈매나무 앞에서 시를 읊는 등 모임을 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발왕산에는 둘레길 초입에 위치해 고개를 숙여서 통과하지 않으면 다른 나무들을 감상할 수 없도록 활처럼 휘어진 갈매나무 ‘겸손의 문’, 학문의 상징인 서울대 정문을 그대로 닮은 ‘서울대나무’, 비탈진 언덕 위 큰 바위에 뿌리내린 ‘왕발주목’, 승리를 의미하는 ‘빅토리(Victory)’의 ‘V’자를 닮은 ‘승리주목’, 딱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둥그런 공간을 내주는 ‘고해주목’ 등 다양한 스토리를 지닌 자생나무가 반긴다. 발왕산의 나무를 만끽했다면, 드래곤캐슬에서 한 템포 쉬어 가는 것도 좋겠다. 하늘과 맞닿은 발왕산 정상의 드래곤캐슬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이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날의 일몰 시간 7시34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발왕산은 일출과 일몰이 유명한 명소기도 하다.
온도가 뚝 떨어진 산 정상에서 몸을 웅크리며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붉은 해가 발왕산 건너 산등성이 아래로 넘어갈 때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맑았던 이날 하늘에 선명한 붉은 원이 사라지자, 금세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야간까지 운영되는 발왕산 케이블카가 있으니 하산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발왕산 정상서 발견된 물 ‘발왕수’ 마실수록 건강해지는 ‘약수’가 발왕산 정상에서 발견됐다. 발왕산 정상 암반 300m 아래에서 나오는, 인체 건강에 가장 적합한 ‘pH 8의 약알칼리성 천연 암반 미네랄 워터’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드래곤캐슬에서 조금만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 발왕수를 마실 수 있는 약수터가 나온다. 나무 바가지로 발왕수를 가득 받아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데, 왼쪽부터 ‘사랑·합격·장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 셋을 모두 얻을 수는 없으니 ‘3 중 택 2’를 고민해야 한다.
발왕수의 온도는 8℃로 우리나라 지하수 평균 온도인 14~16℃보다 낮다. 인체는 원래 pH 7.3의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는데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인체의 pH 밸런스가 깨지면서 다양한 질병을 겪게 돼, 이때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수를 마시면 우리몸의 pH 밸런스가 맞춰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리미엄 생수의 시장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하는 ‘에비앙’ 생수는 pH 7.2를 기록했다. 미국 1위 프리미엄 생수인 ‘피지워터’는 pH 7.5라고 하니, 발왕수는 이런 면에서 가치가 있다.
특히 발왕수에는 국내 다른 지하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바나듐’ 성분이 포함돼 있다. 바나듐은 고혈압·당뇨·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중성지방 배출을 유도해 혈당 저하에 효과가 있기로 유명하다. 피부노화와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규소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발왕수에는 시판되는 생수보다 나트륨 성분이 적게 들어 있으며, 건강에 독이 되고 암을 유발한다는 불소 성분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신달순 용평리조트 대표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발왕수는 앞으로 맥주로도 만들어질 것”이라며 “나아가서는 용평리조트에서 이 맥주를 활용한 ‘치맥 페스티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