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바비킴(46·본명 김도균)이 약 4년 만에 칠흑같이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했다. 기내 난동 사건으로 4년여 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그가 새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그는 2015년 1월 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을 예약했으나 항공사의 발권 실수로 이코노미석이 배정되자 술에 취해 고성을 지르는 등의 혐의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으로 그는 공백기를 가졌다. 처음 3년 간은 음악을 멀리 했다. 곡 작업 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는 것 조차 하지 않았다. 등산·운동을 통해 머릿 속 잡념과 복잡한 마음을 비우는 데에만 전념했다. 그러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건 지난해 1월, 부모님 결혼 50주년 기념 잔치 때였다. 당시 부모님을 위해 노래를 불렀고, 이 날을 기점으로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해서 낸 앨범이 바로 지난 17일 발표한 'Scarlette(스칼렛)'이다. 스칼렛이라는 가상의 주인공을 두고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 앨범이다. 이성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낀 설레는 감정부터 이별 후 쓸쓸하고 그리운 감정까지 사랑의 진행 과정을 5곡의 수록곡에 담았다. 타이틀곡은 '왜 난'이다. 떠난 연인을 잊지 못 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가사에 바비킴 특유의 소울 가득한 보이스가 더해진 곡이다.
-앨범명이 '스칼렛'이다. "상상 속 여성의 이름을 스칼렛으로 짓고, (그 여성과의) 사랑의 진행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립고 보고싶고 상처 받고 체념하는 그 과정을 노래에 담았다. 앨범과 음악 색깔이 빈티지하면서도 소울풀한 느낌이 많아서 이름을 스칼렛으로 했다."
-사랑을 주제로 앨범을 낸 이유는. "그동안 냈던 다른 앨범을 들어보면 인생 이야기나 사랑이 아닌 다른 주제의 음악이 많았다. 그래서 사랑 이야기만 하는 게 오히려 나와 또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더 새롭다고 생각했다."
-수록곡 '쓴 사랑'은 타블로와 작업했다. "이 노래랑 어울릴 뮤지션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타블로였다. 에픽하이가 유럽 투어로 바쁠 때였는데 타블로한테 부탁했더니 바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서 음원을 보내달라고 하더라. 흔쾌히 함께 한다고 했고 고마웠다."
-복귀 프로그램으로 MBC '복면가왕'을 택했다. "2년 전부터 섭외가 계속 왔다. 사실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나한테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너무 많은 분들이 '바비다'라고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른 사람인 척 안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많은 분들이 나인줄 알더라. 어떤 분은 내가 무대로 걸어오는 걸음걸이만 보고도 딱 알겠더라고 하더라. 리허설 할 때는 몰랐는데 녹화를 시작하고 무대에 오르니깐 수 많은 생각과 예전 추억이 그림처럼 하나씩 지나가더라. 오랜만에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서니깐 무섭더라. 트라우마도 생겼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오르긴 했다."
-같은 음악 작업을 하고 싶은 후배나 눈여겨 보는 후배 가수는 누군가. "요즘 후배들이 노래를 다 잘한다. 한 명을 꼽기 힘들다. 눈 깜짝 한 사이에 음악이 발전했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쇼미더머니'나 다른 음악 경연 프로그램만 봐도 잘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지 않나. 또 손승연이 노래하는 걸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윤미래도 정말 꾸준히 음악을 잘 하는 것 같다."
-데뷔 25주년이다. "무명시절 때는 고생이라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다. 금전적으로 힘들었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을 마냥 재밌게 즐기면서 했고 그래서 힘든 줄 몰랐다. 그런데 사랑 받기 시작하면서 힘든 부분이 생기더라. 직업 자체가 힘든 면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고 그렇게 밸런스를 맞추면서 25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진 것 같다. 25년간 참 많은 경험도 해봤다. 앞으로는 겸손하게 그냥 음악만 하고 싶다. 다른 욕심 부리지 말고 열심히 꾸준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