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1987년 서울대 재학 중 경찰에 불법 체포돼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자막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자막은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들림’이다. 지난 2일 방송된 ‘런닝맨 굿즈 제작 레이스’에서 가수 김종국이 “노란 팀(배우 이광수·전소민)은 1번에 딱 몰았을 것 같다”고 하자 전소민이 사레들린 듯 연거푸 기침하면서 해당 자막이 방송에 표시됐다.
방송 후 이 자막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한 네티즌은 런닝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시대적 아픈 기억과 분노를 예능 자막으로 쓴다는 게 말이 되냐. 제작진은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항의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지적은 네티즌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문가에게서도 나왔다.
강일권 대중음악 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정신이 아닌 ‘런닝맨’”이라며 “자막을 단 담당자나 이걸 통과해 그대로 방영한 담당자들이나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열사는 전두환 정권 말기인 87년 1월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 강제 연행돼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에서 경찰에 고문을 받다 숨졌다. 당시 치안본부장은 박 열사 이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며 박 열사의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이 말은 2017년 개봉해 7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1987’에서도 재조명됐다.
논란이 일자 런닝맨 측은 방송 다음 날인 3일 “당시 녹화 상황에 대한 풍자의 의미로 썼으며, 관련 사건에 대한 어떤 의도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