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 때 브록 다익손의 모습. 다익손은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강점으로 어필했지만 구속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체 외인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는 영입은 쉽지 않다. 배중현 기자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전 SK)의 KBO 리그 내 재취업은 가능할까. 현재 분위기는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
SK는 지난 3일 대만에서 뛰던 헨리 소사와 계약을 발표했다. 소사는 2012년부터 7년 동안 통산 68승을 기록한 '경력자'다. 지난 시즌 이후 세금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한국을 떠났지만, SK와 손잡게 됐다. 결과적으로 다익손은 개막 3개월여 만에 '소사 유탄'을 맞고 퇴출 절차를 밟았다. 관심을 끄는 것은 향후 거취. 다익손은 올해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2패·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30명 중 평균자책점 11위. 객관적 성적은 나쁘지 않다. 국내 리그에서 대체 외인을 물색하는 구단이 있다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A구단의 외국인 담당자는 "다른 팀의 영입은 쉽지 않을 거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 담당자는 "어쨌든 SK에서 시즌 중간에 바꿨다. 그 부분에서 리스크가 있다. 영입했는데 잘하지 못하면 부담이 클 것이다. 던지는 모습은 니퍼트인데, 임팩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KBO 리그는 다른 팀에서 내보낸 선수를 데려오는 이른바 '재활용' 기조가 약하다. 에릭 해커(전 키움) 더스틴 니퍼트(전 kt) 등이 구애받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전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SK가 외인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그 팀에서 나온 선수를 바로 데려오는 것은 스카우트 파트의 결단이 필요하다.
B구단의 외국인 담당자는 "갑자기 부상이 발생해서 공백을 채우는 게 아니면 애매할 것 같다. (다익손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교체해야 하는 선수와 비교해 봐야 하는데, 고민될 듯하다"고 말했다. 국내 구단이 외국인 투수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구속이다. 일단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어야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 다익손은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다.
다익손의 최대 강점은 릴리스포인트. 올 시즌 KBO 리그의 최장신으로 키가 무려 205cm다. 트래킹 데이터 제공 업체 트랙맨에 따르면, 다익손의 상하 릴리스포인트는 203cm로 이 부문 2위 저스틴 헤일리(삼성·193.1cm)와 10cm 차이가 났다. 그런데 구속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SK는 시속 140km 후반을 예상하고 영입했지만, 초·중반에 머물렀다. 높은 릴리스포인트는 니퍼트를 연상시켰지만, 패스트볼의 구속은 달랐다. 4월 24일 대구 삼성전과 5월 17일 인천 두산전에서 각각 11피안타를 허용한 것도 속구 계열이 난타당한 결과다. C구단 관계자는 "일단 미국 쪽 시장을 먼저 물색하는 구단이 있겠지만, 1순위 후보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익손은 현재 KBO 리그의 '뜨거운 감자'다. 몇몇 구단이 대체 외인을 물색하는 상황에서 자유의 몸이 됐다. 이미 KBO 리그 적응을 마쳤다는 점과 50만 달러 수준으로 대체 외인을 영입해야 하는 한계를 고려하면, 매력적인 자원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