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2·아르헨티나)는 소속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무려 3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메시에게는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표팀에만 가면 작아진다는 점이다. 그는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뛰어 왔지만, 단 한 번도 성인 메이저 국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정상에 올라 본 대회는 2005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08 베이징올림픽 정도다. 축구팬 사이에선 이런 메시를 두고 펠레·마라도나 같은 레전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펠레는 월드컵 우승만 세 차례(1958·1962·1970년) 마라도나는 한 차례(1986년)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메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생애 5번째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해 메이저 대회 무관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2019 코파 아메리카는 오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메시를 포함한 코파 아메리카에 나설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국제 대회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에 2007년부터 출전해 2007년 준우승, 2011년 8강 탈락, 2015·2016년 준우승으로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것은 무려 26년 전이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에콰도르 대회에서 멕시코를 2-1로 꺾고 우승(통산 14번째)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를 이끈 공격수는 메시가 아닌 '장발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였다.
메시는 국제 대회 무관 징크스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메시는 이 대회 결승전의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와 공을 허공에 날렸다. 메시는 고민 끝에 어렵게 대표팀에 복귀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했다. 하지만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자 대표팀 합류를 일시 중단했다. 그는 지난 3월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을 통해 복귀했다. 두 차례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온 만큼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메시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스페인 마르카는 지난 2일 "메시는 은퇴 전 반드시 조국 아르헨티나를 위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를 원한다. 그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에 대한 희망과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엔트리 23명 중 러시아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는 메시를 포함해 6명뿐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조직력이 최대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메시 곁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들도 있다.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맹)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다. 디 마리아와 아구에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동료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이들은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말 그대로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세 친구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 중이다.
메시는 최근 아르헨티나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 은퇴 시기는 더 이상 즐기지 못하고, 더 이상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다. 지금은 훈련하고 경기하는 게 즐겁다"면서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전에 대표팀에서 우승해 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콜롬비아·파라과이 그리고 2022년 월드컵 출전국으로 초청된 카타르와 B조에 편성된 아르헨티나는 오는 16일 콜롬비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