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을 맡은 정종연 PD가 시즌2를 시작하며 예고한 대로 실험정신이 빛났다. 물론 모든 실험이 성공으로 끝난 건 아니다. 처음으로 야외에서 시작한 '부암동 저택' 편과 처음으로 탈출에 실패한 '무간 교도소' 편은 아쉬움도 남겼다. 다행히 '희망 연구소' 편부터 '살인감옥' 편까지 세 에피소드가 연이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종연 PD는 "제작비를 많이 쓴다고 회사(tvN)에서 부담을 주진 않지만 제작진이 못해서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망신"이라면서도 '부암동 저택' '무간 교도소' 같은 실패 위험이 있는 도전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탈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밀실 탈출 어드벤처'에서 '밀실 탈출'을 빼고, '어드벤처'가 되는 것이다.
-결국 공포 요소가 가미되며 살아났다. '대탈출' 애청자들은 시즌2는 6부작짜리라는 농담도 한다.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좋은 이미지를 준 게 결과적으로는 더 좋았다. 물론 에피소드 순서를 원하는 대로 한 건 아니다."
-'희망연구소' 편에서 강호동이 좀비가 된 건 의도한 것이었나. "사실 생각한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 타이밍에서 좀비들이 못 잡았다. 누가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피오와 종민이가 열쇠를 갖고 나갈 때였다. 근데 그때 못잡아서 '오늘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강호동이 문을 잘 못 열어 기회가 생겼다. '무조건 잡으라'고 했다. 강호동이 좀비가 된 이후에는 모든 장면이 재밌었다. 열심히 해줘서 감동했고 현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예능 프로그램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대충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특히 나는 있는 힘껏 정성껏 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런 게 강호동과 잘 맞았다. 좀비 분장도 30분 넘게 걸리고, 렌즈도 처음 껴보는 상황인데 도전할 거리가 생겨서 감사하고 좋다는 자세가 감동적이었다." -'살인감옥' 편 연출은 영화 같았다. "시즌2에서는 1, 2부를 나누는 지점을 미리 정해놓고 했다. 특별히 신경 썼다. 예전엔 그냥 다 찍고 정했다. 그렇게 했다가 망친 게 '유전자은행' 편이다. 지점을 잘못 잡아서 아이템이 완전히 몰렸다. 어디엔 예능만 있고 어디에선 머리만 썼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시즌2에선 아예 1, 2부를 미리 정해놨다. '살인감옥' 편에서도 무전이 통하는 시점을 1부 마무리로 했다."
-'문제적 남자'와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성사됐나. "'문제적 남자' PD한테 문제적 남자를 섭외할 마음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열심히 해줬다. 여러 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아이돌 그룹이 나온다거나 이런 의견도 있었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 시청자가 제일 기대하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을 때 '문제적 남자'가 떠올랐다. 예능적으로 잘 접근할 수도 있고. 김지석은 정말 예능을 잘하고 우리 멤버들의 특징을 모두 모은 사람들이었다." -강호동이 '제작진에게 졌다'라고 말한 인터뷰가 있었는데 정말 시청자도 그렇게 느꼈다. "처음부터 시간 여행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었고 '시그널' 같은 걸 하자고 했다. 똑같이 생긴 다른 장소에서 촬영하는데 이걸 1부에서는 보여주지 말고 2부부터 보여주는 게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전이 통하는 순간을 1부 마지막으로 정했다.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평범한 구성이 될 수도 있었는데 편집으로 맛을 살린 것 같다."
-보조출연자들의 연기력이 좋은 평을 받았다. "오디션을 보고 뽑았고, 그 외에는 '코빅' 연기자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정신병원' 편에 다중이랑 도벽 있는 환자 둘 다 '코빅' 친구였다. 또 왕희열과 사진에 있는 네 사람은 모두 막내 라인 PD들이다. 왕희열로 누굴 보낼지 고민했는데 그중 연차가 제일 높은 PD가 하게 됐다. 휴게실에 나올 때까지만 PD고 본격적인 연기는 그 PD와 체형이 가장 닮은 연기자가 했다. 분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못 알아봤을 것이다. 또 촬영장에 스태프가 없어서 출연자들도 스태프 얼굴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즌2에서는 방탈출 카페라는 모티브가 약해졌다. "방탈출 카페라는 건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용한 것일 뿐이다. 사실은 제작진이 설정한 영화 같은 상황을 해결한다는 게 '대탈출'의 콘셉트인데 방탈출 카페라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점차 다양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좁게는 공포, 넓게는 탈출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가 있어야 장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출이라는 말도 추상적 개념이다. '대탈출'은 영화 같은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가상 체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밀실어드벤처'라는 수식이 붙는데 이젠 '밀실'이라는 말도 없애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엔 야외에서 시작하기도 했으니까."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 중엔 실패도 있었다.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칠 순 있지만 다양한 시도를 그만둘 순 없다. 여러 에피소드를 하면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아는 정답만 할 순 없다. 아직 시청자가 모르는 정답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무한도전'도 시청자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움을 계속 제공했다. '대탈출'이 그 정도로 완전히 다른 포맷을 시도할 순 없지만 이 안에서 한계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부암동 저택' 편도 시청자가 좋아하진 않았지만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 '무간 교도소' 편도 다양한 변수를 통한 학습이 있었다. 원래 NPC들이 소극적인 정보만 제공한다는 그런 틀을 갖고 있었다면, NPC가 능동적인 행동을 한다는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든 작용을 할 것이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가. "종일 프로그램 생각만 한다. 내게는 목숨이 걸린 일과 같다. 평생 했던 것들이 다 도움이 된다. '대탈출' 해야 하니까 (다른 콘텐츠를) 봐야겠다는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봤던 공포 영화나 어드벤처, 액션 영화들이 다 도움이 된다. 또 시청자가 아는 클리셰를 활용한다. 그래야 이해도 빠르고 몰입도 된다. 아는 것에서 조금 비트는 것이다. 좀비나 귀신, 연쇄살인마, 교도소 모두 익숙한 것들이다. 여기에 모르는 점을 조금 더하는 식이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멤버들도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바뀐 건 누구인가. "맨 처음과 비교하면 강호동이다. 1회와 비교하면 완전히 바뀌었다. 예능인들은 제작진 반응을 본다. 앞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대탈출'은 스태프가 없으니 막막했을 것 같다. 빠르게 적응하고 슬기롭게 타개해서 자기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게 대단하다. 유병재도 빨리 자기 롤을 잡아서 빨리 안착했고 피오도 정말 적응을 빨리했다. 나중에 피오가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이랑 예능 하는 걸 보고 싶다. 지금은 막내 롤인데 언젠가 나이를 먹어서 동생들하고 하면 또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항상 편성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시간을 바꾸면 시청률도 더 높을 거라는 예상도 되는데. "편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남의 업무를 건드리는 것이다. 편성팀도 시청자의 의견을 알지만 일요일 시간대가 낫다고 보는 것이다. 솔직히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일요일에도) 잘 나온다. '대탈출'은 VOD 판매량이 많은 편이다. 솔직히 그런 걸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주는 대로 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