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배우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직접 언급한 이 수식어는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가장 명확한 표현이다. 여기에 대중들은 '어나 더 레벨' '월드 클래스'라는 애정어린 사족까지 덧대며 '송강호 보유국'임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함께 하며 충무로 최강 콤비가 세계 최정상 콤비로 우뚝 섰다. '송강호'라는 이름 석자가 브랜드화 된지는 이미 오래전 일. 그럼에도 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꿈 같은 순간으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의 큰 선물이 됐다.
매우 익숙하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얼굴임에도 송강호는 매 작품 '새로운 송강호'의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든다. '기생충'의 기택 역시 쫙 돋는 소름을 막을 수 없다. 스크린에 가득 차는 송강호의 얼굴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기적. "송강호라면 모든 것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는 봉준호 감독의 믿음은 곧 관객의 마음이다.
몇 십년째 최고의 위치에 있는 송강호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잘 알고 있다. 관객 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의 영화인으로서 송강호가 감내해야 할 책임감은 꽤 막중하다. 때문에 송강호는 늘 송강호로 존재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더 하기보다 있는 것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안다.
물론 예술가로서 고민과 각성은 그가 배우로 살아가는 한 끝나지 않을 숙제다. 이는 매 순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실망'이라는 단어를 사라지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언제나 "역시 송강호"라는 감탄을 터뜨리게 만들 뿐, 흥행 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않게 만드는 유일무이한 배우. 우리가 애정하는 송강호는 오늘도 '예술인'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봉준호 감독과 첫 인연이 여전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97년 '모텔 선인장' 때였나. "감독님이 그땐 연출부였다. 당시 나란히 앉아 있었던 사람이 봉준호 감독님과 장준환 감독님. 코찔… 이건 아니고(웃음) 까까머리 연출부 시절에. 으하하하. 지금은 두 분 다 엄청난 감독님이 됐다.
첫 만남 이야기에서 약간 잘못 전달된 것이 내가 그 영화 오디션을 보러 갔던 것은 아니다. 두 분이 '초록물고기'라는 영화를 보고 '저 분은 누구신가' 하면서 '한번 미팅이라도 하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는 취지로 연락을 해 온 것이었다. 난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고 두 분이 딱 나오셨더라. 그 자리에서는 '모텔선인장'의 '모'자도 안 나왔다. 그냥 '우리는 연출부인데 한번 뵙고 싶었다'는 대화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때 난 한창 '넘버3'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루두루 인사 드리는게 좋으니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나와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근데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다들 삐삐 아시죠? 삐삐. 모르나?(웃음) 삐삐에 녹음을 남기면 공중전화에서 재생해 듣는 시대였는데, 봉준호 감독이 예의 바르면서도 아주 감미로운 목소리로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놨더라. '지금은 연이 안 되지만 당신과 언젠가는 꼭 좋은 기회에 만나서 함께 작품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나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웃음이 나더라. '이 양반은 앞으로 나와 만나게 될지 안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이 태도와 자세를 보니 뭐가 되도 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살아가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게 벌써 22년 전이다." -네 작품을 함께 했다. 봉준호 감독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 "흔히 '봉테일, 봉테일' 하는데 그건 약간 기능적이면서 현상적인 것이고, 본질은 봉준호 감독님이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 그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누구도 갖지 못한 통찰력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다. '봉준호라는 감독이 우리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나'가 봉준호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 아닌가 싶다."
-20년을 함께 했다. '최고의 콤비'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이렇다' 말하기 보다는 역사가 증명해 주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해 온 20년의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난 봉준호 감독의 기술적이고 테크닉적인 면도 존중하지만, 더 존중하고 위대하다 생각하는 지점은 앞서 말했듯이 예술가로서 가진 통찰력이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한참 우러러 보고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봉보로봉봉, 쏭쏘로쏭쏭' 애칭 아닌 애칭도 여전히 화제다. "그게 아마 '설국열차' 때였을 것이다. MBC 스페셜 팀이 찍고 있었는데 그걸 찍고 있는줄은 몰랐다. 방송에 나가는 줄도 몰랐고, 그게 그렇게 계속 이야기 될 줄도 몰랐다. 하하. 요즘에도 아주 가끔씩 그렇게 부르긴 한다.(웃음)
봉준호 감독과 나의 평상시는 진짜 친구이자, 동지다.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 너무 웃기고 유머러스하다는 것이다. 후배들도 한결같이 이야기 한다. '봉준호' 하면 처음 하는 배우들은 조금이라고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고, 수십번 테이크를 갈 것 같고, 특유의 천재 감독들의 광기를 보일 것 같다는 것들을 연상할 수 있다. 근데 현장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니까 애들이 놀라면서도 좋아하고, 편해 하더라. (이)선균이, (최)우식이, (박)소담이 다 그랬다. 현장에서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배려하고, 칸에서 내가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밥 때를 정말 잘 챙겨주고, 스태프들에게 다정한 것까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단한 사람이다."
-최우식을 굉장히 귀여워 하더라. "소담이가 한 살 어리긴 한데 소담이는 아무래도 여배우다 보니 우식이만큼 또 편하게 대할 수는 없다. 나이를 떠나 우식이가 제일 막내 같기도 했고.(웃음) 우식이 같은 경우는 생각은 굉장히 많고, 영리한 친구인데 경험이 없다보니 그걸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더라. 우린 그걸 다 알고 있으니까 '저 놈이 또 어떻게 얘기할까' 예의 주시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웃기면 빵 터져주고. 애정의 표현이다.(웃음)"
-아내 장혜진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대중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배우였다. "장혜진 씨 같은 경우는 '밀양' 때도 같이 했다. 당시 동네 아줌마 중 한 명으로 나왔는데 사실 그땐 잘 몰랐다. 그래도 나도 궁금했다. '어떤 분이신가, 이야기도 못 나눴는데' 싶더라. 봉준호 감독님께서 캐스팅 하기 전에 장혜진 씨가 나온 '우리들' 작품을 추천했고, 나도 보고 싶었던 영화라 봤는데 너무 좋더라. 아니나 다를까 기본기나 배우로서 연기력 이런 것들이 정말 훌륭한 배우더라. '아주 좋은 배우를 뒤늦게 발견했나?'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장혜진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