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리그 세이브 1위에 올라 있는 조상우. 최근 어깨 문제로 1군에서 제외돼 당분간 세이브 추가를 할 수 없게 됐다. IS 포토 시즌 30세이브 투수가 사라질 위기다.
올해 프로야구 기록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세이브다. 현재 상황이라면 시즌 30세이브 달성 투수가 나올지 미지수다. 2010년(당시 손승락 26세이브) 이후 30세이브 투수가 배출되지 않은 시즌은 단 한 번도 없다. 현행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최근 4년간 세이브왕의 평균 성적은 35.25세이브. 지난 시즌에도 정우람(한화)이 35세이브로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다. 세이브 1위 조상우(키움·18세이브)는 부상에 쓰러졌다. 데뷔 첫 20세이브를 넘어 30세이브 고지까지 무난하게 밟을 것으로 보였지만, 오른쪽 어깨 근육 손상을 이유로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구단에 따르면, 한 달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전반기 아웃. 어깨는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라 상황에 따라 더 긴 재활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장 빠른 세이브 페이스를 자랑했지만, 몸 상태에 너무 큰 물음표가 찍혔다.
2위 원종현(NC·17세이브)은 들쭉날쭉한 컨디션이 문제다. 5월 이후 출전한 15경기에서 7세이브를 챙겼지만,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무려 6.46이다. 안정감이 크게 떨어진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여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장암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지만, 그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함덕주(두산·15세이브)는 보직을 잃었다. 함덕주는 지난해 20세이브 이상 올린 리그 4명의 마무리 투수(정우람·손승락·정찬헌) 중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현승과 1984년 윤석환이 달성했던 두산 왼손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27세이브·종전 25세이브)까지 갈아 치웠다.
그러나 올해 구위 저하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왔고, 최근엔 중간계투로 이동했다. 김태형 감독은 오른손 타자에는 이형범, 왼손 타자에는 권혁을 기용하는 전략으로 뒷문 공백을 채우고 있다. 함덕주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컨디션을 조율하고 있다. 마무리 투수 복귀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이 밖에 하재훈(SK·14세이브) 고우석(LG·12세이브)은 마무리 첫 시즌을 보내고 있어 후반기 페이스를 지켜봐야 한다. '관리'가 필요하다면 팀에서 출전 시간을 조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SK와 LG 모두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세이브왕을 차지한 정우람은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해 이제 11세이브를 넘겼다. 1년 전 같은 기간(개막 이후 64경기) 21세이브를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결과적으로 세이브왕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20세이브 후반에서 타이틀 주인공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부진과 부상과 경험이라는 각기 다른 환경이 만든 진풍경이다. 말 그대로 '세이브 가뭄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