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자신이 듣고 본 것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난민에 관해서다.
정우성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진행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연' 북토크에 참석했다. 난민 보호 활동 5년의 기록을 담은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를 펴낸 기념으로 열린 행사로, 정우성은 배우가 아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작가 자격으로 300여명의 관중 앞에 섰다.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된 정우성은 이후 5년간 활동해오며 느낀 바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상상한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는, 보다 나은 세상을"이라고 말하며 네팔,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방글라데시, 지부티, 말레이시아 등 세계 난민촌을 찾은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북토크의 시작은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이 열었다. 그는 "정우성은 전세계 가장 외진 국가들을 방문해 난민들의 목소리를 열정적으로 전달해왔다. 정우성의 책에는 유엔난민기구와의 5년 여정이 담겼다. 전세계 각지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먼저, 정우성은 그간 다녀온 난민 캠프에 관해 전했다. 특히 그는 로힝야 난민촌을 두 차례나 다녀왔다고. 영상으로 공개된 로힝야 난민촌의 정우성은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난민촌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었다.
정우성은 "로힝야 난민촌에 다녀왔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90년대부터 넘어온 난민 포함해서 100만 명에 육박한다. 3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0도 정도 되고, 습도가 정말 높다. 들어가서 앉는 순간부터 땀이 난다. 저는 잠깐 머문 것인데, 거기서 계속 생활하는 분들이다. 어떤 환경에서 기후에서 감내하면서 생활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면서 "제국주의 폭정에 의해 버려진 민족이다. 역사적인 악연에 의해서 미얀마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전쟁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버티는데, 로힝야 민족은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할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미얀마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주변국들, 국제 사회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민을 향한 한국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운 상황. 정우성은 그럼에도 조금씩 여론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극적 뉴스와 정보로 인해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이해가 없는 주변인들은 자꾸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며 '가짜 뉴스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누군인가'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난민을 향한 매서운 시선은 곧 난민을 옹호하는 정우성에게로 이어졌다. 데뷔 후 정우성이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반응이 무섭지는 않았다. 놀랍기는 했다"는 정우성은 "댓글을 차분히 봤다. 아예 마음을 닫고 배타적인 성향으로 결심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대다수 우려의 목소리는 난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데 '이게 정말 사실인가'하는 순수한 우려였다. 순수한 우려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야 순수한 담론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차분해지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정우성은 신념을 지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배우로서 이미지 타격도 많은 분들이 우려한다. 하지만 저는 친선대사를 하며 난민을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공유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난민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책 이야기가 시작됐다. 작가 정우성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정우성은 "활동을 시작하며 시간이 흐르면 자료를 모아 책으로 내도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어쩌다보니 난민 이슈가 뜨거운 때 책이 출간됐다. 오히려 좋은 타이밍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 이해의 간극을 줄이는 게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담론 속에서 '얘가 이런 활동을 했구나'하며 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난민을 찬성하자는 설득이 아니다. 정우성은 그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하며 만나고 보고 겪고 들은 것들을 써내려갔다.
이에 대해 그는 "이 책은 주장하면 안 됐다. 담담하게 쓰려고 했다. 강요하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면을 배제했다. 책 작업을 하고 지난 시간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겼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향후 활동 계획을 묻자 배우로서가 아닌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답했다. "유엔난민기구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활동을 하지 않을까. 아직은 건강도 괜찮다"며 환히 웃었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2019 서울 국제 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 도서로,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도서전 종료 후 일반 서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