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2019 코파 아메리카(남미 축구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아르헨티나(FIFA 랭킹 11위)는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로호리존치의 미네이랑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한 수 아래 전력인 파라과이(FIFA 랭킹 36위)와 1-1로 비겼다.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2로 완패한 아르헨티나는 1무1패를 기록하며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두 콜롬비아(승점 6)는 8강행을 확정한 가운데 파라과이(승점 2)가 2위, 초청국 카타르(승점 1)가 3위다. 카타르(골득실 -1)는 아르헨티나(골득실 -2)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선다.
투톱 공격수로 나선 메시는 좀처럼 파라과이 수비진을 뚫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는 전반 37분에 파라과이의 리처드 산체스(올림피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반격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에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파라과이 수비수 이반 피리스(리베르타드)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돼 페널티킥을 얻어 냈다. 키커로 나선 메시는 동점골로 연결해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아르헨티나는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역전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로써 메시는 자신의 마지막 출전이 될 수 있는 5번째 코파 아메리카에서 목표로 했던 우승 트로피는커녕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는 소속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무려 3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메시에게는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표팀만 가면 작아진다는 점이다. 그는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성인 메이저 국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 무관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였다.
메시는 국제 대회 무관 징크스에 큰 압박을 받는다. 그는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자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했다. 메시는 이 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와 공을 허공에 날렸다. 메시는 고민 끝에 어렵게 대표팀에 복귀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했다. 하지만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자 대표팀 합류를 일시 중단했다. 그는 지난 3월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을 통해 복귀했다. 두 차례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온 만큼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메시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스페인 마르카는 지난 2일 "메시는 은퇴 전 반드시 조국 아르헨티나를 위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를 원한다. 그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에 대한 희망과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메시는 최근 아르헨티나 폭스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 은퇴 시기는 더 이상 즐기지 못하고, 더 이상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다. 지금은 훈련하고 경기하는 게 즐겁다"라면서도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전에 대표팀에서 우승해 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자력 8강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4일 벌어지는 3차전 카타르전에서 반드시 이긴 뒤, 같은 날 콜롬비아와 파라과이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이기고 파라과이가 패할 경우 메시의 우승 도전은 8강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