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하위 스플릿 추락에 이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나서며 자존심을 구겼던 서울. 올 시즌 완전히 뒤바뀐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시즌 말 서울에 복귀한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은 서울의 정체성을 되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분명 지키고 있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가 개막했고, 서울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며 서울을 포함한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무기력한 서울의 모습은 사라졌고, 서울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시즌 초반 서울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서울의 봄'이 찾아왔다고 반겼다. 지난 시즌 너무나 추웠던 겨울의 기운은 사라졌다. 서울은 올 시즌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서울의 기세는 봄에서 끝나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자 서울은 더욱 뜨거워졌다. 서울은 지난 22일 DGB대구은행파크(대팍)에서 열린 K리그1 17라운드 대구 FC와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전반 34분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선제골이 터졌고, 전반 40분 정현철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대구는 후반 7분 황순민의 1골에 그쳤다.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이번 승리로 서울은 11승4무2패, 승점 37점을 기록하며 K리그1 최상위권의 한 자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올 시즌 K리그1에서 '대팍'이 처음 무너졌다. 이전 경기까지 대구는 홈구장인 대팍에서 4승4무로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 가고 있었다. 올 시즌 매진을 6번 기록하는 등 너무나 뜨거운 대팍이다. 이 뜨거운 열기를 받은 대구는 이곳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에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다. 대팍의 뜨거움보다 서울이 더욱 뜨겁다는 것을 증명한 한판이었다.
특히 '독수리' 최 감독이 뜨겁다. 여름이 다가오자 최 감독의 전술과 지략이 제대로 통한다. 큰 그림을 그린 대로 팀이 움직인다. 서울은 전북과 울산처럼 탄탄한 스쿼드를 꾸린 팀이 아니다. 이런 팀을 최상위권에 위치시킨 결정적 힘은 단연 감독의 힘이다. '여름 용수'라 불릴 만하다.
시즌 초반, 돌풍 속에서도 조금은 모자랐던 서울의 조직력은 여름이 다가오자 끈끈함으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또 부족했던 서울의 득점력도 뜨거운 폭발력을 장착했다. 경미한 부상으로 대구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야심 차게 영입한 공격수 알렉산다르 페시치는 9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최 감독이 선택한 공격수 그리고 최 감독의 믿음이 만들어 낸 현상이다. 알리바예프 역시 잡음이 조금 있었지만 최 감독의 신뢰 속에 맹활약을 펼친다. 올 시즌 서울에 복귀한 오스마르는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부활을 알린 박주영, 캡틴 고요한의 헌신 등도 최 감독의 작품이다. 탄탄한 스리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여름 용수'가 이끄는 서울은 날씨가 더워지자 압도적 승률을 자랑한다. 서울은 쌀쌀했던 4월 28일 전북과 9라운드에서 1-2로 패배한 뒤 8경기 연속 무패 행진(6승2무)을 달린다. 특히 날씨가 무더워진 5월 28일 14라운드 성남 FC전 3-1 승리를 시작으로 4연승을 내달렸다. 여름의 시작 6월에는 3전 전승이다. 지난 16일 16라운드에서는 최대 라이벌전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 4-2 대승을 일궈 냈다. '여름 용수'는 뜨겁게 전진하고 있다.
여름을 이렇게 뜨겁게 보낸다면 서울은 돌풍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다크호스를 넘어 '대권'에도 도전할 기회가 올 수 있다. 최 감독 역시 그때를 구상한다. 그는 항상 "9월이 되기 전까지는 전북과 울산을 쫓아가는 것이 목표다. 9월이 넘어가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