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는 지난 23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포항과 경기에서 5-4 역전승을 거뒀다. 강원은 4골을 먼저 내줬지만 5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리그)에서 '역대급 명승부'가 나왔다.
강원 FC는 지난 2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5-4 역전 승리를 일궈 냈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강원은 4골을 먼저 내준 뒤 5골을 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그것도 후반 25분 첫 골을 터뜨린 뒤 내리 4골을 퍼부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만 3골이 터졌다.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상 4골 차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역사적 승리에 외신도 극찬했다. 영국의 '기브미스포츠'는 "전 세계에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K리그에서, 축구 역사에서 엄청난 대역전극이 나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런 경기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강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승리 영웅이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조재완을 비롯해 김병수 감독의 전략, 선수들의 투혼 그리고 강원팬들의 응원까지 모두가 하나 돼 만들어 낸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중 '베테랑' 정조국을 빼놓을 수 없다. 대역전극의 시작이 정조국이었다. 그는 0-4로 뒤지던 후반 13분에 우로스 제리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후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재완의 첫 골을 정조국이 어시스트했다. 이후 정조국은 최전방에서 강원의 공격을 이끌었고, 강원은 맹공을 퍼부으며 4-4 동점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 정조국이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조재완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 포항 골문을 열었다. '강원 극장'이 열광의 도가니로 바뀐 순간이었다. '패트리어트' 정조국의 클래스가 입증됐다는 평가다. 정조국의 역대급 인생 골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역사적 승리를 거두고 하루 지나 정조국은 일간스포츠 인터뷰에 응했다. 정조국에게 하루 전 감동적 승리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포항전 승리에 관심이 뜨겁다. 임팩트가 강한 승리였다"며 "상당히 긍정적이다. 팀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팀으로 하나씩 만들어 간 것이 긍정적이다. 또 이런 승리는 팀적으로 굉장히 큰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골 장면에 대해서는 "공이 머리에 닿았을 때 들어갈 줄 알았다. 크로스가 너무 좋았고, 타이밍도 좋았다. 나는 헤딩골이 많이 없다. 오랜만에 헤딩골이 들어갔다"며 "그동안 운 좋게 극적인 결승골을 많이 넣었다. 포항전에도 그런 장면이 나왔다. 아직 내 안에 이런 부분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한국 축구 열기가 뜨겁다. 이번 경기에서도 U-20 월드컵 스타 골키퍼 이광연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축구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선보였다.
정조국은 "요즘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 후배들이 잘해 준 덕분이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때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팬들이 원하는 멋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며 "포항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준 것 같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힘들었지만 바라보는 팬들은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기였을 것이다. 이런 부분 또한 긍정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데뷔전에서 4실점을 허용한 이광연. 정조국은 "후배들이 워낙 착하다. 경기가 끝나고 형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많이 한다"며 "내가 했다기보다 팀 전체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 (이)광연이를 포함해 강원에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이 발전해 나가면 강원의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후배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경기 종료 후 기뻐하는 강원 FC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정조국은 대역전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전제가 있었다. '팀적'으로 기쁨만을 표현했다. 강원의 역사적 승리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조국의 '개인적인' 기쁨은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역대급 인생 골'이라는 표현에 대해 정조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창피하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번 골은 정조국의 시즌 '마수걸이 골'이다. 경기 출전도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11경기에 그쳤다. 이 중 선발은 5경기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다. 2016년 광주 FC 소속으로 20골을 넣으며 득점왕과 MVP를 석권하며 K리그를 호령한 정조국의 모습은 지금 없다. 2017년 강원으로 이적한 뒤 연이어 부상당하는 등 불운이 겹치며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정조국은 이런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정조국이 하락세다'라는 주변의 평가와도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아직 환하게 웃을 때가, 기쁨을 표현할 때가 아니다.
정조국은 "개인적으로 이번 골이 시즌 첫 골이다. 팀적으로는 기쁘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기쁘지 않다"며 "솔직히 말하면 이제야 첫 골을 넣은 것이 창피하다. 전반기가 끝나 가는 시점에 한 골 넣은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하락세'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 내 상황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보여 준 것이 없었다"며 "내가 이겨 내야 하는 부분이다. 밖에서 어떤 말이 들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조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 물러날 생각도 없다. 그는 모두가 기대하는 정조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자신도 있다.
그는 "지금도 경기는 많이 못 뛰고 있다.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자리든, 그렇지 않은 자리든 상관없다. 1분을 뛰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나 자신을 경기장에서 증명할 뿐이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포항전 골이 좋은 에너지가 될 것 같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적 후 자신의 활약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정조국. 그는 골로 자신을 증명할 것이라며 더 나은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공격수 정조국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골이다. 그는 "공격수로 골을 넣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또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다"라며 "앞으로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좋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