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의 주역들이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러 시상식을 거쳐 마지막 백상예술대상까지 휩쓴 이들은 뜻 깊은 GV(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를 끝으로 '미쓰백'과 아름답게 이별했다.
'백상 특별 GV'는 백상예술대상과 메가박스가 함께하는 시그니처 GV 이벤트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까지는 본 시상식에 앞서 작품상 후보작이 상영됐고, 올해는 영예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자들이 '공작'(작품상·남자최우수연기상)과 '미쓰백'(여자최우수연기상·여자조연상·신인감독상) GV를 통해 관객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컴포트 1관에서는 '미쓰백' GV가 진행됐다. 이지원 감독, 배우 한지민, 권소현이 참석했고 모더레이터 장성란 영화 저널리스트가 진행을 맡았다. 200여개의 객석이 쓰백러('미쓰백'의 열혈 팬들을 지칭하는 말)들로 가득찼다.
'미쓰백'은 지난달 1일 열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다관왕을 차지한 작품. 한지민이 여자최우수연기상을, 권소현이 여자조연상을, 이지원 감독이 생애 한 번 뿐인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미쓰백'으로 과감히 연기 변신을 감행한 한지민은 빛나는 트로피로 도전에 보상받았다. 이보다 더 미울 수 없는 악역으로 분한 권소현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치열했던 여자조연상 부문의 수상자가 됐다. 이지원 감독은 생애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신인감독상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두달 만에 다시 만난 세 사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쓰백러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며 백상예술대상 뒷이야기와 그간 풀어내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미쓰백'이 여기에 오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권소현(이하 권) "'미쓰백'이 개봉하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다. 개봉하고나서 관객 분들이 차츰 사랑해주시고 알아서 홍보해주시고 아껴주셔서 손익분기점도 넘을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저 또한 낯선 배우에서 익숙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났다.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미쓰백'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한지민(이하 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 시간들을 보상받는 것처럼 백상에서 셋이 나란히 상을 받게 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같이 고생했던 스태프들에게도 소중한 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덕분에 이렇게 관객 분들과 한번 더 만날 수 있어 감사드린다. 해외 영화제에 나가서 인터뷰를 하면, 아동학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영화라는 매체의 파워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미쓰백'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해주시는 관객 분들도 있었고, 과거 학대 당했던 경험을 털어놓는 분들도 있었다. 한 곳만 바라보고 달려온 보람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미쓰백'이라는 영화가 덜 알려졌을 것이다. 감사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다."
이지원 감독(이하 이) "영화 내적으로는 '미쓰백'을 보고 다시 한 번 우리 주위의 학대 당하는 아동을 돌아보게 됐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격스러웠다. 소재 선택의 어려움을 뚫고 지나온 보람도 느꼈다. 영화 외적으로는 출세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이었다. 개봉 전에는 배급이 어려워 무한정으로 편집했다. 7~8개월이 아니라 1년 7개월 동안 편집했다. 우스갯소리로, '미쓰백'의 부제를 '네버엔딩'이라고 달 정도였다. 개봉 후에는 GV가 '네버엔딩'이다. 감회가 새롭다. 많은 분들이 '미쓰백'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배우 분들이 연출 의뢰도 해주신다. 사람 인생은 정말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려운 시간을 잘 헤쳐나온 보람이 있다."
-한지민이 연기한 백상아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오묘한 감정 변화를 가진 인물이다. 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아가 지은이를 품어주고 사회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은이를 맘 속에서 밀어내고 애써 도망치려한다. 그러다 계단 끝에서 지은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은이가 바로 상아의 어린 시절을 보는 느낌이었다. 상아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듯이, 맘 속에 있었던 어린 시절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지은이를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지은이를 보며 뛰어가서 지은이를 안고 자신의 상처를 보여준다. 서로가 가진 상처를 어루만져줬을 때 서로에게 서로가 아픔의 시간들을 만져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지은이를 연기한 시아는 실제로도 어른스럽다. 촬영하면서 시아에게 받는 위로도 컸지만 기대는 부분도 많았다. 배우로서도 역할로서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
-전사가 등장하지 않는 주미경 역은 더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권 "시나리오 안에서도 완성된 영화에서도 이 인물의 전사가 나오지 않는다. 아동을 학대하지만 나 또한 학대를 당하면서 살았을 것 같은 사람으로 주미경을 바라봤다. 그래서 상아와 시아의 관계를 보며 '내 옆의 이런 존재가 있었으면 나도 이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인물이라 여겼다. 주미경에게 컴플렉스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