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야구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약시키고 그 대가로 억대의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유소년 야구교실 대표가 보건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선수 부모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대학 진학이나 프로야구 입단을 목표로 하는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밀수입 등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주사ㆍ판매한 유소년 야구교실 운영자 이여상(35) 씨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식약처는 “수사 결과 이씨가 서울에서 유소년 야구교실을 운영하며 지도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몸이 좋아지는 약이다’라며 약물 투약을 권했다”고 설명했다. 야구교실에 다니는 학생 30여명 가운데 7명이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7명 가운데 2명은 도핑 검사에서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해당 선수들에게 강습료 월 300만원과 3개월에 300만원 가량의 약값을 따로 받았다.
한 유소년 선수 학부모는 이씨가 식약처의 수사가 시작되자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권유로 금지 약물을 투약했다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고교 선수의 아버지 A씨는 3일 “이씨가 회유를 했지만 진실되게 이야기하는게 가장 현명하고, 아이 미래를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라 생각해서 다 이야기 했다”라며 “이씨가 KBO총재, 김응용 전 감독 언급도 하고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고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A씨의 아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2달여 이씨가 처방한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등을 투약했다.
A씨는 “이씨가 트레이너를 통해 미국 교수님이 가져오는거라 좋은 거고 프로선수나 운동선수들이 너무 좋아서 비밀로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약이라며 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프로에서 10년 넘게 운동했고, 그러니까 당연히 그 사람의 말을 어느정도 신뢰를 가졌다. 그런 사람이 불법을 취급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좋다고 자꾸 권유하니까 그렇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씨가 주사 맞기 싫다는 아이에게 자꾸 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처음에 주사맞고 아파서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이씨가) 엄살이라고, 소염진통제 먹으면 된다 그런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아이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야구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보니, 한가지만 보고 달려온 아이 입장에서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라 힘들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