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준결승전이 끝난 뒤 정영식(오른쪽)이 관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부산=김지한 기자 지난 7일 오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일요일 오전 시간인데도 체육관엔 1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해 한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했다.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전을 치르는 정영식(27·미래에셋대우)과 마롱(31·중국)의 불꽃튀는 대결에 관중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들은 이어 열린 다른 남자 단식 준결승전과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체육관을 찾은 이들은 유료 관중들이었다. 대한탁구협회는 내년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단체전 세계선수권의 리허설 격으로 이번 코리아오픈을 치러 이 대회 사상 처음 유료 정책을 실시했다. 지난 4~5일엔 1만원, 6~7일엔 2만원의 입장료가 책정됐다. 그럼에도 4일동안 3000여장이 팔려나갔다. 홍보 부족 등 악조건에도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에 탁구 동호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이뤘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연호하거나, 셀카 촬영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등 프로 스포츠 경기 같은 분위기를 연이어 보였다. 이날 경기 후 팬들의 사인과 셀카 촬영에 일일이 응한 정영식은 "부산 팬들의 좋은 기를 받았다. 정말 감사했다.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에서도 그 좋은 기를 이어받아 꼭 우승하고 싶다"고 흐뭇해하며 말했다.
7일 열린 코리아오픈 탁구 준결승전이 끝난 뒤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관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부산=김지한 기자 대한탁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첫 대회를 직접 치른 유승민(37) 회장(IOC 위원)은 "솔직히 유료 정책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러나 탁구도 돈을 내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이었다. 스포츠의 가치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 추진했지만, 생각했던 이상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탁구 열기에 대해 유 회장은 "부산 팬들이 탁구에 대한 애정이 크고, 매너도 있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걸 보여주셔서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국가대표 선수 팬사인회, 브레이크타임 때 공연 등도 하면서 팬들의 무료함을 덜어드리려고 했다. 국가대표 사인회의 경우엔 동호인 한 분의 제안으로 소통을 통해 즉석에서 추진하게 됐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치르기 위해 헌신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대회를 위해 40여명의 부산 지역 탁구 선수들과 대학생들이 뭉쳐 원활한 대회 운영과 흥행에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해냈다. 유 회장은 "평창올림픽 선수촌장을 지내면서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번 대회에도 아침 일찍부터 통제하고, 여러 관계자들과 교감하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워가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뭐라도 격려를 해드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탁구인으로서 나와 선후배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의 탁구인으로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인재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탁구선수권 리허설 격으로 대회를 치른 2019 코리아오픈 탁구. 부산=김지한 기자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코리아오픈을 치른 탁구협회는 이를 발판 삼아 내년 3월 치를 세계탁구선수권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선수권을 굉장히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던 유 회장은 "3000여장의 유료 관중은 유·무형적으로 의미가 큰 숫자다. 내년 세계선수권은 단체전 대회여서 이번보다 더 큰 눈길을 끌 것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도 대회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곧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착실히 준비해서 국내에서 처음 치르는 세계탁구선수권을 멋진 대회로 치러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