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라는 카테고리에 묶는 것도 찝찝하다. 인연까지 끊으며 단호하게 대처했지만 8년 후 다시 발목 잡혔다. 데뷔 후 30여 년간 구설수 한 번 없이 모범적인 행보만 보였던 김혜수이기에 씁쓸함이 더욱 크다. 김혜수 없는 김혜수 논란. 김혜수의 이름은 또 이용당하고 말았다. 대중들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는 이유다.
'빚투'라는 명목으로 전해졌지만 일반적인 빚투 사건들과는 결이 다르다. 직계 가족이 사고를 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이름이 거론되어야만 하는 스타 본인이 어떤 이익을 보거나 이득을 취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고스란히 끌어 안아야만 했던 김혜수다. 그로 인해 자세한 가정사가 알려지게 된 것까지 김혜수에게는 온전한 피해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김혜수의 모든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10일 오전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김혜수 빚투'를 지목하며 김혜수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혜수 모친이 지난 2011년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지인들로부터 13억원 가량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김혜수의 엄마'라는 이유로 돈을 빌려줬고, 피해자 중에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지낸 여당 국회의원 등 명망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도는 더욱 커졌다.
이에 김혜수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의 박성철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어머니와는 8년 전 인연을 끊었고, 김혜수는 어머니의 일에 일절 개입한 사실이 없다. 알 수도 없다. 책임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끝까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혜수가 어머니를 대신해 법적 책임을 질 근거는 없다"는 것이 요지다.
이 과정에서 오랜시간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버텨내야만 했던 김혜수의 개인 사정과, 모친과의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혜수 모친은 십수 년 전부터 많은 금전 문제를 일으켰고, 때마다 김혜수는 결과에 따른 '변제 책임'만 떠 안았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여 보기도 했지만 2012년에는 김혜수의 전 재산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을 부담해야만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김혜수는 모친과의 관계를 끊으면서까지 "다시는 금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또한 '더 이상의 피해와 피해를 겪는 이들이 없어야만 한다'는 뜻을 앞세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김혜수 모친은 통제되지 않았고, 13억의 빚을 또 만들었다. 해당 내용이 공론화 되면서 김혜수 역시 개인사를 공개해야만 했다. 김혜수의 심경은 감히 누구도 헤아리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수는 "불편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또 이번 일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마지막까지 합당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와 '책임'에 대한 김혜수의 성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명의를 함부로 도용할 순 없다. 김혜수의 설명과 단호한 대처는 모두를 납득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1986년 데뷔해 단 한 번의 치명적 구설수 없이 '김혜수'라는 이름과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혜수다. 인터뷰 때마다 스스로에 대해 "늘 운이 좋았을 뿐이다"고 낮추며 배우로서, 또 사회의 구성인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늘 애쓰고 최선을 다 해왔던 배우라는걸 모두가 알고 있다. 모두에게 호감을 얻고, 존경받는 그 어려운 일을 김혜수는 지금도 해내고 있다.
이에 김혜수 팬들은 "김혜수의 지위와 명성을 이용한 모친의 행각은 심히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자식이 살아 있는 부모의 빚을 상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는다. 김혜수가 모친의 빚을 대신 갚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등에 문제 될 것이 없다 판단한다. 또 이번 사건은 도의적인 부분을 떠나, 김혜수와 모친 사이의 신뢰의 문제가 더 크다 여겨진다. 이와 같은 이유로 향후 김혜수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팬들은 그 선택을 무조건 존중할 것이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라며 굳건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는 김혜수를 알고, 김혜수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같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보내는 응원 또한 김혜수가 걸어온 길이자, 김혜수가 차곡차곡 쌓아놓은 신뢰다. 그 진정성만큼은 결코 얼룩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