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655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3라운드.
미국 여자 골프 1인자 렉시 톰프슨(미국)에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친 김세영(26·미래에셋)은 톰프슨과 최종 라운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 팬들이) 다 내 팬이라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겠다. 재미있게 치고 싶다"고 했다.
세계 랭킹 12위 김세영이 미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세계 랭킹 4위 톰프슨을 물리치고 시즌 2승째를 차지했다. 김세영은 15일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22언더파로 톰프슨의 추격을 2타 차로 물리쳤다.
최종 타수 차는 크지 않았지만 승부의 추는 일찍 기울어졌다. 2번홀(파3) 버디로 출발한 김세영은 7번홀부터 11번홀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로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11번홀까지 김세영과 톰프슨의 타수 차는 6타나 났다.
반면 1타 차 2위로 출발한 톰프슨은 전반 9홀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15언더파로 제자리걸음했다. 톰프슨은 10번홀 버디로 김세영과 격차를 6타로 만든 뒤 뒤늦은 추격전을 펼쳤다. 12번홀부터 18번홀까지 7개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그러나 김세영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14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치면서 최종 라운드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맨땅에서 높게 띄워 치는 로브샷을 홀에 붙여 파 세이브했다. 김세영은 15번홀과 16번홀에서 버디와 보기를 주고받으면서 최종 합계 22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톰프슨이 2개의 파 5홀인 17번·18번홀에서 버디-이글로 추격전을 펼쳤지만 워낙 타수 차가 벌어진 덕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5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시즌 2승째. 통산 9승째. 우승 상금은 26만2000달러(약 3억900만원)다.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25승의 박세리, 19승을 거둔 박인비, 11승의 신지애 이후로 최나연과 함께 한국 선수 다승 공동 4위가 됐다.
2015년 LPGA 투어 데뷔 첫해에 3승을 거뒀던 김세영은 2016년 2승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1승씩을 거둬 왔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승을 챙기면서 최고의 해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과 3주 뒤 열리는 마지막 메이저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기대감도 높였다. 아직 메이저 우승만 없는 김세영은 "역사가 있는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기쁨이 남다르다. 올 시즌에는 꼭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김세영의 우승으로 시즌 9승을 합작하면서 2015년과 2017년 시즌 최다승 기록인 15승을 뛰어넘기 위한 순항을 이어 갔다.
최종일에 2타를 줄인 이정은(23·대방건설)이 14언더파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첫날 공동 선두로 깜짝 활약을 펼친 루키 전영인(19·볼빅)은 9언더파 공동 11위로 LPGA 투어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을 냈다.
다음은 김세영과의 일문일답.
- 통산 9승째를 거뒀는데. 우승 소감은. “모든 우승에 의미가 있지만 3년 만에 2승 이상의 승 수를 거두게 돼 기분이 좋다. 렉시 톰프슨이 마지막 홀까지 추격해서 경기 후반 5타 차로 앞서 있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최종 라운드에 어떤 부담이 들었는가. “톰프슨팬들의 응원이 대단했다. 특히 톰프슨이 후반에 무섭게 추격을 해 오면서 조금 더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안 되겠다. 내가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마지막 두 홀은 거리가 많이 나가는 톰프슨에게 좀 더 유리한 홀들이기 때문에 내가 좀 더 타수 차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했다.”
- 코스에서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하는가. “경기를 하다 보면 두려움도 느껴지고, 집중이 안 되는 요소들도 많이 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하는 게 어려운 상황을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같다.”
- 이번 우승의 의미는. “아무래도 이 대회 스폰서가 35년 동안 LPGA를 후원해 왔고, 또 이 대회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박세리·김미현·유소연·최운정 선수 등 많은 우승자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됐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팬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2주 뒤부터 메이저 대회가 2주 연속으로 열린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메이저 대회 전에 우승해서 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주 휴식을 취하는데 쉬는 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하고,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데 지금 이 좋은 기운을 가져가서 좋은 결과를 만들면 좋겠다.”
- 우승 파티는 했나.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아버지가 계셔서 식구·지인들과 조촐한 우승 파티를 겸한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