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진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제작사 측의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드라마 '키마이라'에 스크립터로 참여한 A씨는 16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사과를 요청했지만 촬영장과 멀리 떨어진, 몇몇 키 스태프만 모인 자리에서 사과를 받았으며 '쌍방이지 않냐' '피하지 않은 너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2차 가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키마이라' 연출부, 제작부 등이 참여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 이때 조연출 B씨가 A씨를 성추행했고, A씨는 '키마이라'에서 하차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 스태프가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B씨가 사과하기를 요구했다.
29일 사과가 이뤄지긴 했으나 그 자리에는 A씨와 B씨 그리고 팀별 감독뿐이었다. 또 장소 역시 촬영지에서 벗어난 풀숲이었다. 이에 대해 A씨가 '원한 자리와 달랐다'고 하자 제작 PD C씨는 '뭘 원하는지 말하라'고 압박하고 '쌍방' '피하지 않은 너의 잘못' '앞으로 무서워서 드라마 하겠니'라는 말로 2차 가해를 했다.
A씨는 "최초 기사에는 마치 사과를 받았는데도 만족 못 한 것처럼 나왔는데 그게 아니다. 처음부터 가해자의 공개 사과와 하차를 원했다. 그런데 중재자인 제작사가 만든 자리는 그렇지 않았고, 나를 압박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하차하는 것에 대해서도 스태프들 사이에 소문이 이상하게 났다"고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13일 오전 자진 하차했으며, 조연출 B씨는 14일 하차했다. 그러나 제작PD C씨는 15일에도 2차 가해 사실을 숨긴 채 근무했다. 이에 A씨는 다시 한번 C씨의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며 "앞으로 이런 피해가 다른 분들에게 없기를, 또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작사 JS픽쳐스는 15일 늦은 오후 스태프 카페에 올린 글에서 C씨의 2차 가해를 인정하며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중재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대처를 했음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해당 PD의 잘못된 언사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초지종을 파악한 뒤 해고를 비롯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키마이라'는 13일 A씨가 하차한 이후 사태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을 느껴 촬영을 중단한 상황이며, 팀 재정비와 일정 조정, A씨에 대한 위로와 사과를 마친 뒤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키마이라'는 세 주인공이 1984년 연쇄살인 사건 '키메라 사건'의 발단이 된 폭발 사고가 2019년 비슷한 형태로 다시 일어나게 되자 진범인 '키메라'를 찾기 위해 두 사건 사이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배우 박해수·이희준·수현이 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