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경기가 열리는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시상식장에선 연일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진다. 16일까지 열린 다이빙 8개 종목에서 중국은 전 종목을 석권했다. 중국 다이빙에 대해 세계 언론은 ‘지배(dominance)’ ‘다른 클래스(different class)’ ‘싹쓸이(sweep)’ 등의 단어를 동원하면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중국 다이빙은 2001년 이후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1986년 마드리드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이번 광주 대회까지 세계선수권에서 91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위 러시아, 3위 미국(이상 금 13)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광주에서도 대회 첫날(13일) 혼성 10m 싱크로 플랫폼에서 롄쥔제가 쓰야제와 호흡을 맞춰 대회 2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새 얼굴도 눈에 띈다. 14일엔 18세 신예 왕종위안이 남자 1m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m 싱크로 플랫폼에서는 장지아치(15)-뤼웨이(14) 등 두 10대 선수가 금메달을 합작했다. 다이빙에선 중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해야 뉴스가 될 정도다.
올림픽도 1984년 LA 대회 여자 10m 플랫폼에서 저우지훙이 첫 금메달을 딴 이후, 중국은 다이빙에 걸린 금메달 52개 중 39개를 가져갔다. 1990~2000년대엔 푸밍샤, 궈징징, 우민샤 등 스타들까지 등장하면서 더욱 화려한 전성기를 만들었다.
송주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책임연구위원은 “다이빙은 기계체조처럼 균형감·민첩성 같은 아크로바틱 요소가 많아 섬세한 기술 운용이 중요하다. 그만큼 체형이 작고 호리호리한 동양 선수가 유리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국가 주도 체육 육성 정책을 시작하면서 다이빙을 전략 종목으로 채택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탁구 못지않게 다른 나라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전략 종목이 됐다. 중국 다이빙 선수들은 5~6세에 종목에 입문한다. 1991년 세계선수권 여자 10m 플랫폼에서 우승한 푸밍샤는 당시 만 12세6개월에 출전했다. 이로 인해 어린 선수 혹사 논란이 일었고, 국제수영연맹(FINA)은 출전 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바꿨다. 그래도 중국의 강세는 흔들리지 않았고, 선수 조기 발굴을 통해 강국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성(省)마다 다이빙 대표팀과 전문학교가 있을 만큼 저변이 탄탄하다.
다이빙 강국의 비결은 역시 ‘강훈련’이다. 선수들도 어릴 때부터 긴 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마다치 않는다. 철저한 식단 관리는 기본이다. 트램펄린이나 지상 다이빙 보드 등 훈련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공중 도약 때의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액션 영화에 사용되는 와이어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 다이빙 국가대표 감독인 류득하 대한수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은 “각 성마다 지도자 등 스태프만 100여명이다. 스타급 선수에겐 마사지사·트레이너 등 전담팀이 따로 배정된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보상도 두둑해 동기 부여도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30여년 쌓은 노하우가 중국을 다이빙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다이빙 선수들은 현재의 성취에 만족할 줄 모른다. 이번 대회 2관왕 차오위안(24)은 2012, 16년에 이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린다. 그는 “서로 다른 이벤트에서 다른 파트너와 다른 느낌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 늘 더 완벽하게 입수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