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찰싹 붙어 위로 더 위로 쭉쭉 올라간다. 스파이더맨은 수트라도 입었지 여긴 맨 손으로, 맨 몸으로 지옥을 뚫는다. 죽기 살기로 달리고, "나도 살고 싶다" 부르 짖으면서도 나보다 앞서 마땅한 사람들에 대한 상식과 예의는 잃지 않는다. 전형적이면서도 올바른 주인공들의 자세다. 그걸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해낸다. 볼거리가 배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스파이더맨도 울고 갈 '한국판 거미 콤비' 조정석, 임윤아의 미션 임파서블은 그래서 '성공적'이다.
1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엑시트(이상근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근 감독과 조정석·임윤아·박인환·김지영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한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이번 영화로 감독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이상근 감독은 "7년 동안 영화를 준비했다. 젊은 청춘이 짠내도 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싶었다"며 "남성에게 기대하는 점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점들이 달리 있다고 봤다. 당연하지만 새로워 보일 수 있는 시각으로 캐릭터들을 구성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독가스'를 주요 소재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택시 안에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유독가스라는 것이 가스의 무게가 달라 올라갈 수 있는 높이도 다르다고 하더라. 높이에 한계가 있다면 '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뿌옇게 보이는 앞을 현실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청춘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가식적으로 '힘을 내세요'라고 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가만히 있지 않고 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 모든 것은 언젠가 반드시 쓸모있다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정석은 이번 영화에서 짠내폭발 청년 백수 용남을 연기했다. 용남은 대학 시절 왕성한 산악부 활동 덕에 자타공인 에이스로 통했지만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면서 집안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청년이다. 극 초반 짠내와 훈내를 넘나드는 조정석의 조화로운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재난 상황 발생 이후 펼쳐지는 맨손 클라이밍, 고공낙하 연기 등 시원한 액션 연기 역시 볼거리다. 조정석은 클라이밍 연기를 위해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암벽등반 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왔다. 조정석은 본능적인 감각의 코미디부터 오랜 훈련 끝에 탄생한 액션 연기까지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펼친다.
조정석은 영화를 처음 관람한 소감에 대해 "'내가 저렇게 뛰었고 저렇게 날았고 저렇게 올랐구나' 싶더라. 촬영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울컥하는 장면도 아닌데 나 혼자 괜히 울컥하고 그랬다. 난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흡족해 했다.
조정석은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는 클라이밍에 대해서도 "촬영 전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몸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잇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손과 발의 위치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배웠다. 내가 해낸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와이어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현장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의 도움도 받았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맞춘 윤아에 대한 극찬도 빼놓지 않으며 "영화에서 윤아 씨와 뛰는 장면이 많았는데 한 장면을 뛰어도 정말 제대로 뛰었다. 모든 건 윤아 씨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윤아 씨가 진짜 빠르다. '100미터 몇초 뛰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그리고 춤을 잘춰서 그런지 운동신경도 너무 좋다. 그 모든 영민함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했다.
임윤아는 '공조' 이후 두번째 영화 필모그래피이자 첫번째 스크린 주연작으로 '엑시트'를 택했다. 임윤아가 맡은 의주는 대학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며 길러온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연회장 행사를 불철주야 도맡아 하는 인물. 산악부 당시의 타고난 존재감은 희미해진 채 연회장 직원으로 퍽퍽한 회사원 생활을 이어가지만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매력적이다.
임윤아는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참석한 반가운 동아리 선배 용남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코믹 연기부터 재난 발생 이후 책임감 있는 면모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실제 임윤아 특유의 당찬 성격은 책임감 강하고 능동적인 캐릭터 의주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엑시트'의 전체 분위기를 완성한다.
"올 여름시장 유일한 여자 주인공이다"라는 말에 임윤아는 "놀랍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좋더라"며 "드라마로는 주연을 해봤는데 영화에서는 첫 주연이다. 큰 역할에 대한 부담감보다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역할이 어떻든 항상 '나만 잘하면 다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한다"고 밝혔다.
"홍보 활동도 열심히 하겠다"고 못 박은 임윤아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와 함께 조정석의 아버지로 분한 박인환은 "재난 영화라면 특별한 인간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엑시트'는 평범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웃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가깝게 와닿는 것 같다"고 '엑시트'만의 차별점을 언급했다.
김지영은 "'극한직업'에 이어 이번에도 촉이 왔다. 요새 웃을 일도 별로 없고 힘들고 지치고 답답하지 않나.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나 오밀조밀한 가족애와 웃음 포인트가 있다. 이런 영화는 오랜만이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