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기획사 쟈니스가 3년 전 자사에서 탈퇴한 멤버들의 방송활동을 방해해온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국민 남성그룹으로 불리던 '스맙(SMAP)'의 전 멤버 이나가키 고로·쿠사나기 츠요시·카토리 싱고 등으로, 2016년 그룹 해체 이후 쟈니스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활동해왔다. 이후 쟈니스는 일본의 민영방송사들에게 이들 세 명을 방송에 출연시킬 경우, 향후 쟈니스 소속 연예인들이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식의 '경고성' 발언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쟈니스 소속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지 않을 경우 시청률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쟈니스의 이같은 발언은 방송사에게 사실상 '스맙'의 전 멤버들을 방송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압력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NHK에 따르면,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보고, 17일 쟈니스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탈퇴한 연예인들에 대한 방송활동 방해가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공정거래위는 올해 초부터 쟈니스 간부, 방송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의혹 관련 조사를 벌여왔다. 이나가키 고로·쿠사나기 츠요시·카토리 싱고 등은 '스맙'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 TV드라마·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며 국민적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들이 쟈니스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그간 고정출연해왔던 민영방송사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폐지됐고, 현재 이들이 출연하는 민영방송사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일본 공정거래위는 탈퇴한 연예인들의 방송활동을 방해한 쟈니스의 행위가 이들이 현재 소속돼 있는 새로운 기획사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영업 방해'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쟈니스는 "스맙 전 멤버들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한 적도, 공정거래위로부터 행정처분이나 경고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도 "행정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향후 이같은 오해를 받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스맙' 전 멤버들의 방송활동 방해를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갈등으로 지상파 음악방송에 수년간 출연하지 못했던 남성아이돌 그룹 JYJ(재중·유천·준수)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들 세 명은 원래 대형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동방신기' 소속으로 활동했지만, 2009년 소속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며 탈퇴한 뒤 새로운 그룹 JYJ를 결성해 활동해왔다. 이후 JYJ는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최고 인기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각종 방송 출연이 가로막혀 영향력 있는 대형기획사의 보복성 출연금지 요청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을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방송사들이 SM엔터테인먼트와 관계가 좋지 않은 JYJ 멤버들의 출연을 꺼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며, 2015년에는 방송사가 제3자의 요청에 의해 정당한 사유없이 특정인의 방송출연을 금지하는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JYJ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JYJ 멤버들의 방송출연과 가수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금지명령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