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글로벌 e스포츠대회인 'WCG'가 6년 만에 부활했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삼성전자가 접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WCG를 인수해 되살렸다. 2년간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시안에서 '미래형 e스포츠 축제'를 지향하는 새로운 WCG로 다시 태어났다.
흥행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18일 중국 시안 취장신구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에 34개국 50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특히 총 7개 종목에서 진행된 온라인 예선에 111개국 4만 명이 넘는 게이머가 참여해 역대 WCG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관람객도 12만 명이 넘었다. 이정준 WCG 대표는 "개막일인 18일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심란했는데, 입장이 시작되기 전 오전 10시에 매표소에 줄이 엄청나게 서 있어서 팬들의 높은 기대와 관심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WCG 2019는 내용 면에서 전통을 잇는 한편 새로운 모습도 보여 줬다.
우선 기존 e스포츠의 맥을 이어 갔다. 올해는 도타2·하스스톤·워크래프트3·클래시로얄·왕자영요·크로스파이어 등 6개 정식 종목과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초청전 등 총 7개 종목에서 국가 대항전을 펼쳤다. 특히 개최국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해 현지 팬들이 즐기는 종목을 채택했다. 그 결과 중국이 금 4개·은 3개·동 3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세대 프로게이머 장재호가 워크래프트3에서 동메달을, 조성주가 스타2에서 금메달을 각각 획득하는 데 만족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로봇·가상현실(VR)·인공지능(AI)·코딩 등 신기술을 접목한 뉴 호라이즌 종목도 선보였다.
이 중 VR 챔피언십은 제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 VR 게임인 '파이널어썰트'를 정식 종목으로 선정, 진행됐다. 특히 WCG는 관람객이 VR 기기를 장착한 선수들의 행동과 유닛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관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WCG 관계자는 "관람객들은 뉴 호라이즌을 통해 미래에 있음직한 e스포츠 축제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스포츠팬이 아니어도 모든 젊은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프레 콘테스트와 EDM 뮤직 페스티벌 등도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IT 신기술과 e스포츠 산업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글로벌 전문가들의 강연도 마련됐다.
특히 비영리 강연회인 TED(테크놀로지·엔터테인먼트·디자인)에서는 외과의사이자 로봇 공학자인 캐서린 모어 박사, 키스 커클랜드 웨어워크 창립자 등이 경연했다. 이 내용들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 팬들과 공유됐다.
WCG는 이번 대회로 부활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이정준 대표는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WCG 2019 시안은 WCG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e스포츠뿐만 아니라 코스플레이, 뮤직 페스티벌, TED콘퍼런스, 각종 AI·VR·로봇 대전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바로 미래형 스포츠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WCG는 앞으로 기존 스포츠와 더불어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의 이정표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권혁빈 WCG 조직위원장은 "WCG는 경쟁이나 수상의 영광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으로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 내는 '프렌드십'을 추구하고자 한다"며 "WCG는 젊은 세대를 이어 주는 미래형 e스포츠 페스티벌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