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감격의 첫 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수구의 목표가 ‘1골’이었다면, 남자는 ‘1승’이었다. 쉽지 않을 것 같았던 목표를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달성했다.
한국은 23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남자 수구 15~16위 순위결정전에서 승부 던지기 끝에 뉴질랜드를 17-16(3-3, 2-2, 4-5, 3-2, 5-4)으로 꺾었다. 한국 남자 수구의 세계선수권 첫 승이다. 한국은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은 지난 5월 말 급하게 꾸려져 사실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던 남자 수구대표팀은 전문 선수로 이뤄진 팀이다. 역사도 꽤 길다. 1986년 서울,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연거푸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후 국제 경쟁력을 잃었고 세계선수권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다.
남자 수구는 이번 세계선수권에 16개 나라가 출전했다. 한국은 최약체로 평가됐다.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졌다. 13~16위 순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4-17로 져 15~16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상대는 이전까지 6차례의 세계선수권에서 한 번만 빼고 늘 최하위였던 뉴질랜드. 한국 선수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 등 관중도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4쿼터까지는 치열한 공방이었다. 11번이나 동점이 나왔다.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12-12 동점으로 4쿼터가 끝났다. 승부 던지기가 이어졌다. 한국 골키퍼 이진우(22·한국체대)가 뉴질랜드 두 번째 슈터(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슛을 막았다. 한국 슈터 5명은 단 한 명도 골을 놓치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1승이 향후 100승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길 대표팀은 기대했다. 이승재 코치는 “카자흐스탄·일본은 아시아 국가지만 세계적인 기량을 갖췄다. 우리도 전지훈련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 경기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주장 이선욱(32·경기도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수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저변과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수구의 목표는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이다. 아시아 쿼터는 1장. 내년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 수구선수권에서 우승해야 한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 경쟁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