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숙은 24일 자신의 SNS에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몇kg 뺐어요?'다. 하필이면 재희(극중 이름)의 꿈이 패션 모델일 줄이야. 그럼 빼야 한다. 나에게 종교 같았던 탄수화물과 신념 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생이별했다.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각종 채소와 단백질로 석 달 넘게 풍기면서 운동까지 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이만큼 노력했다고 떠들어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뚱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예뻐해달라'고 외쳐대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줬다. 오늘 한번 큰 소리로 외쳐보련다. 뚱뚱한 걸 미화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름답게 봐줄 맘도 없으면서 미화가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외모 악플에 대한 상처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뚱뚱한 것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외모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 당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라며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서글펐을 뿐. 배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나게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고, 운동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감기약 세 봉지를 물 없이 삼킨 듯 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편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하재숙은 끝으로 "이 세상의 모든 재희야.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너도 한 때 누군가가 그토록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첫사랑이었다니, 얼마나 심장 떨리게 멋진 일이냐. 첫 사랑까지 갈 것도 없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감격에 겨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던 부모님이 있고 세상에 깨지고 넘어지면 조용히 소주잔 기울여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그러니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살아가자. 당당하게 살아가라. 재숙언니가 이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하 하재숙 SNS 글 전문
재희를 떠나보내며.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 "몇 kg 뺐어요?" "어떻게 뺐어요?" 하필이면 재희의 꿈이 패션모델일 줄이야. 그럼 빼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봐야 한다. 재희의 꿈을 위해서! 나에게 종교같았던 탄수화물과 신념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생이별하고. 굳이 만나고 싶지 않던 각종 채소와 단백질의 대환장콜라보로 닭똥냄새를 석 달 넘게 풍기면서 운동까지 해댔으니. 사실 이만큼 감량했노라고. 이렇게노력했다고. 여기저기 떠들어대고 싶은맘이 굴뚝같지만(물론 지금도 "날씬함"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있다)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뚱뚱한 내 모습을 있는그대로 예뻐해달라고 외쳐대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다이어트 조금했다고 자랑질해대기도 민망한 지금.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평생을 뚱뚱하게 살아왔고 현재도 개미허리를 만나려면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 것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뜨겁게 느끼고 느낀 바를 "재희"를 통해 잠깐이라도 하소연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해 보고자 함이다. "재희"는 찬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적의 향수라도 득템했지만 모태통통족으로 반평생 살아온 나는 향수를 손에 쥐어줘도 돌아갈 수 있는 화려한 과거의 모습이 없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나불나불 입방정도 못 떨겠나 싶어 술김에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다. 무려 석 달 만에 만난 소주야 반갑다. 너 참 달더라.
실시간 댓글을 보면서 낄낄대는 재미로 살다가 한 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줬는데 오늘 한번 큰 소리로 외쳐 보련다. "뚱뚱한 걸 미화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름답게 봐 줄 맘이 0.00001%도 없으면서 그놈의 "미화(美化)"가 되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외모의잣대"로 냉정하게 평가당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서글펐을 뿐. 배우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나게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고 운동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감기약 세 봉지를 물 없이 삼킨 듯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이쯤 되면 들리는 얘기. "다~너의 건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주접떨지 마! 내 건강 내가 챙긴다! 그런 말은 다이어트 곤약 젤리라도 한 봉지 손에 쥐여주면서 해야 하는 말이다! 인마!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뚱뚱한 걸 미화하려고 시작한 얘기가 아니다. 다 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블라 블라 블라. 알지만 잘 안된다. 숱하게 시도해봤는데. 나한테는 그게 유독 힘들더라. 너는 안다고 다 되더냐. 그렇다고 배 째라는 것도, 아무것도 해보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완벽한 엄마로. 훌륭한 주부로. 다정한 아빠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그놈의 '살'때문에 '외모'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재희"와 헤어지고 다시 인간 하재숙으로 돌아가면 동네 해녀 엄마들과 쭈그리고 앉아서 수다 떨고. 동네 선장님께서 좋은 안줏거리 생겼다고 한 잔 찌끄리자 하시면 거나하게 취하는 날도 생기면서 다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갈지 안 돌아갈지 잘 모르겠다만. 나는 이렇게 사람 좋아하고 잘 웃고 남의 아픔에 잘 울어주는 내가 좋다. 도대체 "여 배우답다"라는 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배우로 살아가는 내 모습도 너무 사랑하기에. 개미허리는 못 될지언정 뭔가는 노력하고 배우고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고. 배역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다이어트에도 또다시 목숨 걸고 달려보겠지. 그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조금만 예쁘게 봐주십사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묵묵히 살아가는 나를 사랑해 주자. 뭐 그런 뻔한.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말을 토해내고 싶은 밤이다.
끝으로 뜬금없지만 내가 100kg이든 50kg이든 결혼하고 30kg이나 찐 것도 타박 한 번 하지 않고 나를"있는 그대로 "한결같이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응원해주는 나의 "이스방" 당신은 진짜 내 인생에 "서이도"보다 멋진 남자예요.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재희야! 너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너도 한때 누군가가 그토록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첫사랑이었다니 이 얼마나 심장 떨리게 멋진 일이냐! 첫사랑까지 갈 것도 없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감격에 겨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던 부모님이 있고 세상에 깨지고 넘어지면 조용히 소주잔 기울여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저릿할 정도로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 아니냐! 그러니 앞으로도 헛짓 거리 하지 말고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살아가자! 알았지? 세상? 그거 못 바꾼다! 그냥 네가 바뀌어라! 네가 바뀌면 언젠가 세상도 바뀌지 않겠니? 당당하게 살아가라! 네가 제일 이쁘다! 네가 그 누구보다 제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