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 공고를 내면서 국내 사상 첫 대형항공사(FCC) 인수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항공 업계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한화와 SK, CJ, GS, 신세계, 애경그룹의 행보에 주목하는 가운데 최근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매각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25일 자사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은 아시아나항공 입찰 참여 의향을 밝힌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요약투자설명서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 비밀유지 확약서를 작성한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등 원활한 매각을 위한 전반적인 서류를 발송할 계획이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6개 자회사를 포함한 '통매각'을 원칙으로 세운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금호산업 측은 자신만만하다. 지금까지 눈치만 보던 인수후보들이 물밑 작업을 마치고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아이디티(IDT) 사장은 이날 "통매각이 순조로운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 역시 23일 "아시아나항공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강남 아파트는 못 사면 나중에 또 매물이 나오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살 기회가 없다. 흥행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그런 걱정은 안 한다"며 매각과 흥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문제는 항공업계 시장 상황과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면서 일본행 항공기 티켓 판매량이 급감하고, 항공편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은 동남아(25%), 중국(17%)에 이어 세 번째다. 저비용항공사(LCC) 경쟁 심화도 산은과 속을 태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률은 0.4% 수준으로 대표 LCC인 제주항공(14.5%)보다 낮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7조원이 넘는 부채와 함께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자금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업계 상황을 반영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기업으로서는 어떻게는 몸값을 낮춰 사려고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