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K리그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 명문 클럽 유벤투스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유벤투스가 한국을 찾는 것은 1996년 이후 23년 만으로,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인 26일 입국해 다음 날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맞대결로 옛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 성사됐다. 포르투갈이 아닌 한국에서 재회하는 조세 모라이스(54) 전북 현대 감독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만남이다. 지난해 K리그1(1부리그) 챔피언 전북의 사령탑인 모라이스 감독은 '하나원큐 팀 K리그' 지휘봉을 잡아 유벤투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모라이스 감독은 호날두와 국적이 같다는 것 외에도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사이다. 호날두의 전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그를 지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꼽히는 조제 모리뉴(56) 감독 밑에서 수석 코치를 지냈다. 모리뉴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오른팔'로 그를 보좌하며 여러 클럽에서 성공 신화를 함께 일궜다. 2003년 FC 포르투(포르투갈)를 시작으로 인터 밀란(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첼시(잉글랜드) 등 명문팀을 함께 거치며 수많은 우승을 만들어 냈고, 2010년 인터 밀란에선 '퀸터플(quintuple·5개 대회 동시 석권)'의 대기록을 썼다.
모라이스 감독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둘의 인연은 2010년 레알 마드리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수석 코치로 함께한 모라이스 감독은 이때부터 2013년까지 호날두와 함께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이벤트 면에서도, 선수들에게도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기"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있었던 호날두도 오기 때문에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또 모라이스 감독은 "호날두는 페라리·람보르기니처럼 자기와 닮은 차를 탄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현대차를 타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선수들 중에도 호날두와 만나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K리그판 '호우 세리머니'의 주인공, 대구 FC의 외국인 선수 세징야(30)다. 세징야는 K리그 최고 외인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올 시즌 리그 4위를 순항 중인 대구의 중심에는 세징야가 있다. 2016년 당시 K리그2(2부리그) 소속 대구 유니폼을 입은 세징야는 입단 첫해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2018년에는 8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도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대구를 FA컵 정상에 올려놓으며 창단 이후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안겼다. 올 시즌 ACL에서도 비록 조별리그 통과엔 실패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인상적인 경쟁력을 보여 주며 대구의 '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리그에서도 지난 3월 처음으로 시작된 EA코리아 후원 '이달의 선수상' 첫 수상자가 됐을 뿐 아니라,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 달성 및 30-30 클럽 가입까지 성공했다. 올 시즌 리그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도 '빛현우' 조현우(28)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그런 세징야가 골을 넣을 때마다 펼치는 세리머니가 바로 '호우 세리머니'다. 세징야가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호날두가 세징야의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세징야는 "어려서부터 호날두를 동경해 왔다. 그는 내게 영웅"이라며 "내가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하고, 프리킥을 차기 직전에 그를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동경심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세징야는 "경기에 함께 뛰게 되면 굉장히 영광스러울 것 같다. 골을 넣으면 호날두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겠다. 또 경기 시작 전에 호날두를 찾아가서 (유니폼을 달라고) 얘기하려고 한다"며 유니폼도 '예약'했다.
팬들이 바라는 맞대결도 성사됐다. 팬 투표로 뽑힌 11명의 '팀 K리그' 팬11 중 최다 득표(6만2938표)를 자랑하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28·대구 FC)와 호날두의 맞대결이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보여 준 선방 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빛현우'로 거듭난 조현우는 한국 축구의 자존심으로 호날두의 슈팅을 막아 낼 기회를 잡게 됐다. 유럽 빅리그 진출을 시도 중인 만큼 호날두는 물론이고 쟁쟁한 스타들이 포진한 유벤투스전은 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