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현명한 군주'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왕'이라는 칭호 역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가 개봉 후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깊은 울림의 중심에는 단연 세종대왕이 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의 과정 속 여러 가지 설 중 하나의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수 많은 가설들, 상상력 속에도 세종대왕은 언제나 존재한다. '한글-세종대왕=0'이다. 이는 불변의 진리다.
일본, 중국 등 외세도 모자라 신하들과도 싸워야만했던 고독한 임금의 자리.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세종대왕의 면모도 놓치지 않고 그려냈다.
"왜인들에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신물이 될 수도 있다"
신하들의 원성에도 왜인들로부터 대장경 원판을 지켜낸 세종이다. 팔만대장경 원판을 달라는 일본 승려들의 문제를 놓고 세종은 끝까지 신하들과 대립했다. 승려들로 구성된 일본사신단은 "조선은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팔만대장경 원판을 줘야 한다"며 농성을 시작한다. 신하들은 "대장경 원판을 주고 돌려보낼 것"을 건의하지만 굳은 신념으로 대장경 원판을 지키기로 결심하는 세종의 모습은 흔들림 없는 현명한 군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사람의 말소리가 아무리 많다 한들, 밤하늘의 별 보다 많겠느냐"
세종은 무조건 간단하고 쉬운 새 문자를 위해, 문자의 수를 정했다. 우리말의 소리들을 자음과 모음으로 분류한 후, 좀 더 간단하고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것. 세종과 뜻을 함께 한 대군들, 스님들은 우리말의 모든 소리들을 자음 28개, 모음 13개, 총 39개로 분류했다. 하지만 세종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벅찬 백성들이 쉽게 쓰고 읽기엔 너무 많은 숫자라 생각했다. 이에 그는 "모래알보다 더 많은 별들을 천문도에선 단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로 압축하여 하늘의 질서를 포착했다. 사람의 말소리가 아무리 많다 한들, 밤하늘의 별 보다 많겠느냐"는 말과 함께 새 문자의 수를 줄이고자 했다. 백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세종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책 내용을 유자들의 언어로 정리하라"
하나도 백성, 둘도 백성, 셋도 백성이었다. 세종은 백성들에게 한글을 배포하기 위해 유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세종의 목표였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한걸이다. 세종은 당시 지식을 독점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권력 또한 독점하고자 했던 유신들을 설득하고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한글 창제를 시작하고 맺은 세종은 자신의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유신들의 업적으로 돌림으로써 백성들에게 한글을 배포하고자 했던 '애민정신'을 지켰다. '백성을 위한 문자'라는 목표를 향했던 세종과 한글 창제 이야기는 의미있는 여운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