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열린 17일간의 수영 축제가 끝났다.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8일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에서 처음 치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인 만큼 기대도 컸고 아쉬움도 많았다. 한국 다이빙은 여러 종목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며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수영의 '메달밭'으로 손꼽히는 경영 종목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처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수구와 오픈워터 수영은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다이빙이었다. 개막 다음 날 김수지(울산광역시청)가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며 이번 대회 유일한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건 박태환(인천광역시청) 이후 처음이자 다이빙으로는 사상 최초였다. 김수지의 동메달을 시작으로 다이빙은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에서 결승 무대에 진출하며 2017 카잔 대회(4개 종목 결승 진출)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 다이빙의 간판스타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남자 1m와 3m 스프링보드에서 남자 다이빙 개인전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라 내년 올림픽을 기대하게 했다. 우하람은 남자 10m 플랫폼에서도 결승에 올라 6위를 차지했고, 2020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도 2장(3m 스프링과 10m 플랫폼)을 따냈다. 또 김영남과 호흡을 맞춰 출전한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6위에 올랐다. 김수지도 '맏언니' 조은비와 함께 출전한 여자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는 등 쾌거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영에서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 여자 개인 혼영 200m 결승에 오른 김서영(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 외엔 결승 무대를 밟은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메달 기대주로 불렸던 김서영은 2017 부다페스트 대회 때와 같은 성적인 6위를 기록하며 시상대 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한국신기록은 5차례 작성됐으며, 이 중 4번(여자 계영 400m, 남자 계영 800m, 혼성 계영 400m, 여자 혼계영 400m)이 계영에서 나왔다. 개인 종목은 자유형 50m에서 양재훈(강원도청)이 세운 22초26 하나뿐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쑨양 패싱'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쑨양(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400m 4연패라는 업적을 세웠으나 성적보다 불미스러운 이유로 더 많이 거론됐다. 도핑 전력은 물론이고, 자택으로 찾아온 도핑 조사관들의 혈액 샘플을 망치로 깨부수는 등 도핑 테스트 회피 논란까지 불거진 쑨양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에 선수들은 앞다퉈 불만을 쏟아 냈다. '쑨양 저격수'로 그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던 맥 호턴(호주)이 남자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서지 않고 기념촬영까지 거부하면서 시작된 '쑨양 패싱'은 덩컨 스콧(영국) 주앙 드 루카(브라질) 등 다른 선수들에게 번져 나갔다. 릴리 킹(미국) 애덤 피티(영국) 등 선수들도 '쑨양 패싱'을 지지하며 그의 출전을 부정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FINA는 메달 세리머니와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를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수 행동 규범을 신설했으나 오히려 선수들과 갈등만 더 심해졌다.
이외에도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수영연맹은 대회 개막 이후에도 선수단에 제대로 된 유니폼을 지급하지 못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폐막을 닷새 앞둔 23일에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배영 종목에서는 예선에서 출발대 장비 문제가 발생해 선수들이 재출발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새벽에는 광주 한 클럽의 복층 구조물이 붕괴해 대회 참가 선수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수들의 자유 시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불법 구조물로 인한 사고로 대회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씁쓸하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