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는 고진영.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2승을 비롯해 시즌 3승을 거뒀다. ‘고진영 전성시대’다.
고진영(2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에서 역전 우승으로 시즌 3승째자 메이저 2승째를 차지했다.
고진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2위인 김효주(24)와 펑산산(중국), 제니퍼 컵초(미국) 등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 김효주에 4타 차 공동 3위에 오른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김효주-박성현과 함께 동반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6번홀(파4) 4m 버디에 이어 7번홀(파5) 1.5m 버디로 2타를 줄이며 김효주를 1타 차까지 압박했다. 3번홀(파4) 보기로 출발한 김효주는 7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가 8번홀(파3) 10m 버디로 전반을 2타 차로 앞섰다.
고진영이 13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더하면서 김효주를 1타 차로 압박해 오자 김효주가 14번홀(파3)에서 큰 실수를 했다. 티샷이 벙커 턱 밑 모래에 박히면서 치명적인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김효주는 최종일에 2타를 잃고 공동 2위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고진영-김효주와 동반 플레이한 세계 랭킹 1위 박성현(26)은 퍼트 난조로 무너졌다. 1번홀(파4)부터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범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던 박성현은 이날 버디는 4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6개로 4타를 잃으면서 10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이 최종일에 기록한 퍼트 수 32개는 톱20 내에 든 선수 중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우승까지 더하면 시즌 3승째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 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을 제치고 다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됐다. 우승 상금 61만5000달러(약 7억2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98만3822달러(약 23억5000만원)로 상금 부문에서도 이정은(23·164만5015달러)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였던 올해의 선수 부문(189점)에서 2위 박성현(111점)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더 확고히 다졌다. 고진영은 이 밖에 평균 타수(69.109타), 그린 적중률(78.9%)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는 등 각종 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전통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되면 전문 스카이다이버가 해당 선수 국가의 국기를 온몸에 두르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친다. 이날 대회장에는 이른 오전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2시간여 지연됐지만 ‘메이저 퀸’ 고진영의 대관식에는 맑게 개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극기를 보면서 눈물을 보인 고진영은 “벅찬 기분이 들었다.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만 우승하면 LPGA 투어 5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박인비(31)는 최종일에 2타를 잃고 최종 합계 9언더파 공동 8위로 내년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다음은 고진영과의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굉장한 한 주를 보냈다. 나흘 동안 잘 쳤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오늘 다른 선수의 스코어와 스윙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내 스코어와 스윙에만 집중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친 경기였다. 행복하다. 코스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플레이했다. 비가 오고 가끔은 번개도 쳐서 좋지 않은 날씨였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했고, 버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 아침에 로레나 오초아 선수를 봤는데, 내 캐디가 오초아의 전 캐디라 아침에 오초아와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오초아가 버디를 많이 잡으라고 덕담했고 그러겠다고 했는데, 말처럼 됐다. 에비앙 골프 클럽과 LPGA의 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또 나를 후원해 주시는 모든 후원사에도 감사드린다.”
- 비 오는 날씨에 대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는가. “캐디가 비가 많이 오면 수건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건을 많이 챙겼다. 특별히 챙겼다고 할 것은 없었다. 다만 비가 많이 오면 그린이 많이 느려지리라 생각해 거리감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 밖에는 항상 하던 대로 똑같은 루틴을 지키며 경기했다.”
- 3라운드 이후 선두와 4타 차로 타수 차가 제법 있었다. 우승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어제 기사를 봤는데, 내 기사는 하나도 없더라.(웃음) 사실 감사하기도 했는데, 뭔가 속상했다. '메이저 대회기 때문에 4타 차면 모르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열심히 쳐서 기사가 많이 나오면 좋겠고, 내 주변 분들이 기사를 보면서 행복해하면 좋겠다는 목표를 만들었다.”
- 메이저 대회에서 강한 이유를 들자면. “작년보다 골프가 좋아졌다. 드라이브샷 거리나 아이언·퍼트 같은 부분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코스에서는 캐디의 중요성이 있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올해 지금의 캐디와 같이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2주 연속 메이저 대회인데, 어떻게 대비할 예정인가. “2주 연속 메이저 대회가 처음이어서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도 비가 많이 왔고, 날씨가 추워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늘과 내일 잘 회복할 예정이다. 다음 경기도 중요하니까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