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올해 21번째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여성 영화인 발굴 및 여성 영화 발전을 도모하는 영화제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발전과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세계 여성영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여성들이 스크린을 통해 젠더의 벽을 허문다는 의미를 담았다.
영화제를 이끄는 김은실 이사장은 현재 영화계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이 방식에 대한 담론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여성영화제가 존재한다는 것.
김 이사장은 "여성에 대한 영화가 많아지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여성에 관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영화가 하나의 레퍼런스가 돼 주길 원한다. 많은 영화들이 그런데 여성을 소비하는 측면이 많다"면서 "여성 영화가 상영된 다음에 그 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영화를 누구와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과 말이라는 차원에서 여성영화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변재란 조직위원장은 영화계가 점차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또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 창구, 영화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변 조직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열린 영화제다. 1955년부터 1997년까지 여성 감독은 단 7명에 불과했다. 가려졌던 여성 영화인을 재조명하는 것으로 이 영화제는 시작됐다. 최근 영화진흥위원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에 입각한 통계를 내고 있는데, 2018년 77편 가운데 10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었다. 여성 감독을 비롯한 창작 인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해서 굉장히 다양한 영화제가 있다. 많은 영화제들에서 여성 감독의 숫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 감독들도 여성을 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고 창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성영화제가 그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정한 성을 혐오하거나 무시하는 사회가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나. 여성영화제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점의 모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대표하는 얼굴은 배우 김민정이다. 여러 출연작에서 소모적인 역할이 아닌 주도적인 여성상을 그려온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영화제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민정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페미니스타 제안을 받았을 때 저 또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기뻤다. 앞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활동하면서 여성주의 영화에 대한, 배우에 대한 것들을 많이 알려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서울국제영화제에서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칸국제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아녜스 바르다와 레즈비언 영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국 페미니스트 영화 제작자 바바라 해머 추모전이 열릴 예정이다. 또한,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여성영화사를 이끈 선구자적 인물을 조명하며, 한국 최초 여성영화제작집단 바리터 창립 30주년 특별전도 마련된다. '쟁점들' 섹션에서는 '룸의 성 정치'를 주제로 미투와 디지털 성범죄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과 폴란드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폴란드 여성영화의 과거와 현재도 소개한다. 이밖에도 야외영화상영, 페미니즘 굿즈와 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마켓F, 퍼포먼스와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개막작은 마케도니아 감독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의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나'다. 2014년 실제 발생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동유럽의 그리스 정교 세계에서 행해지는 구세주 공헌 축일 이벤트를 통해 심각한 곤경에 빠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총 8일간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