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보훈이 9개월 간의 JTBC '슈퍼밴드' 여정을 마무리했다. 본선 라운드에서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던 그는 끝내 반전드라마를 쓰며 팀 퍼플레인으로 최종순위 3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퍼플레인으로 처음 보여준 '드림 온' 무대는 990점이라는 프로듀스 최고점과 관객의 기립박수까지 이끌어냈다. 그 가운데 선 보컬 채보훈은 짜릿한 성취감을 맛봤다. 심사위원 윤종신의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보컬"이라는 평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단다.
2012년 대학가요제 은상 출신으로 2016년 신한카드 Great 루키 프로젝트 대상,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K-루키즈, MBC '듀엣가요제' 5연승 명예졸업 등 수많은 오디션을 경험한 채보훈. 고민 끝에 나간 '슈퍼밴드'는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된 기회이자,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나가던 50대 아저씨도 팬을 자처할 정도로 의외의 곳에서 인기도 맛봤다. 그는 "늘 치열하게 음악을 해왔지만, 이렇게 치열하면서도 즐거운 경쟁은 처음이었다.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쟁이라는 마음보다 스스로를 깨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배움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슈퍼밴드'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채보훈은 퍼플레인과 1인 밴드 더베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당장 3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리는 '슈퍼밴드 콘서트-서울' 무대를 준비 중인 그는 "공연이 정말 그리웠다. 방송과 또 다른 분위기로 팬들을 직접 만나 감사함을 전할 예정이다"며 기대감에 가득 찼다. -점점 얼굴이 좋아진다. 카메라 마사지 덕분인가.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원래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꾸준히 했는데 최근에 연습과 스케줄 등으로 운동을 못하고 있어서 식이요법을 택했다. '슈퍼밴드' 준비하면서 부터 더욱 다이어트에 신경을 썼다. 화면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 크로스핏을 다녔다. 10kg 정도 감량하고 첫 녹화에 들어갔다. 방송하면서도 4kg 정도 더 뺐다."
-인기를 실감하나. "얼마 전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50대 정도 남자 분이 길을 물어보셔서 알려드리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다시 붙잡더라. 그래서 길이 헷갈리시는 줄 알았는데 '혹시 슈퍼밴드 나오신 분 아니느냐'고 물어보셔서 놀랐다. 반갑게 인사했다. 방송에 출연하고서 알아보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프로그램 나가길 잘했다."
-부모님께서도 좋아할 것 같다. "진짜 좋아하신다. 어릴 때부터 공연을 많이 보러오셨는데 방송을 통해 보니까 눈물날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원래 일주일에 3번 정도 전화 드렸는데, '슈퍼밴드' 하는 9개월 동안은 거의 연락을 못드렸다. 고향인 대구도 못내려갔다. '슈퍼밴드 콘서트'로 대구에 가는데 정말 기대하고 있다. 부모님과 형이랑 초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열심히 음악해서 좋은 곳에 많이 모시려고 한다."
-'슈퍼밴드' 하면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결승 전까지 매 라운드마다 멤버들이 바뀌는데, 그 멤버들과 곡을 찾고 편곡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바쁘게 돌아갔다. 그런 과정들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즐거웠던 순간들이다. 매번 열정적으로 쏟아낼 수 있는 무대를 하고 싶었기에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치열하게 음악했던 적이 있었나. "치열하면서도 즐겁게 서로를 응원하면서 했던 적은 없었다. 친구들을 이겨야겠다기보다 더 멋있는, 와닿는 음악을 만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의 경쟁에서 느끼는 치열함이었다. '듀엣가요제'에서의 전투력과는 달랐다. 그때는 (김)윤아 누나의 오랜 팬이라 옆에서 같이 오래 노래하고 싶어서 전투력을 불태웠다."
-자우림 김윤아와 연락도 했나.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누나가 지켜본다는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어서 나중에 방송으로 멋지게 인사드리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윤아 누나가 SNS에 올린 '슈퍼밴드' 게시물에 하트를 눌러주셨다. 지켜보고 계셨다는 생각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오디션 경험이 많은데 노하우가 있나. "서로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곡을 찾는게 우선이다. 편곡 방향에 대해 논의를 하고 집에 가서 혼자 이야기 나눈 것을 토대로 편곡을 1차로 해본다. 그리고 다음 날 만나서 들려주고 좋다고 하면 그 뒤로는 술술 풀린다. 연주하는 악기는 본인이 잘 아니까 내가 1차로 한 편곡에 맞춰 각자가 또 편곡을 한다. 그 다음에 다같이 연주하고 노래해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갖는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많이 배웠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고 풀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봤다."
-3위 결과가 아쉽진 않았나. "당연히 결승라운드까지 가면서부턴 1등을 목표로 했다. 최선을 다했고 1, 2등 친구들이 정말 받을 만한 능력자들이라 3등에 만족한다. 2등 했으면 더 아쉬웠을지도 모른다(웃음)."
-퍼플레인 멤버들과 뒷풀이도 가졌다고. "게임도 하고 술도 한 잔 하고 정말 놀기만 했다. 라운드 준비하면서 공연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또 다음 놀러갈 장소에 대해 정하기도 했다. MT느낌으로 단합대회를 가자는 말도 나왔다. 멀리 못가면 계곡에서 닭백숙이라도 먹자고 했다." -퍼플레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나. "정말 놀기만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전혀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 친구들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 나도 그렇다. 그 의지가 유지가 된다면 아무래도 팀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슈퍼밴드 콘서트'에선 어떤 무대를 보여줄 생각인가. "경연과 다른 공연이라는 자체로 신난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자리니까 좀 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방송보다는 자유롭지 않을까. 보통은 특별한 멘트 없이 곡만 들려주는 편인데 이번엔 멘트를 조금 준비를 하려고 한다. 짧고 굵은 걸로 멘트를 준비해야겠다."
-매년 8월 3일엔 '더베인 콘서트'를 열었는데 올해는 좀 미뤄졌다. "'슈퍼밴드 콘서트'와 날짜가 겹쳐서 15일에 하게 됐다. 매년 팬들과의 약속과 같은 공연인데 다행히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슈퍼밴드'로 더베인에 대해 알게된 분들도, 원래 더베인을 응원해준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열심히 음악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열등감인 것 같다. 단어 자체가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데 그 열등감을 인정하면 긍정으로 바뀐다. 더욱 노력하고 달릴 수 있게 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열등감은 사소한 데서 느낀다. 음악을 떠나 그냥 사회생활 하다보면 멋있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롤모델이 있나. "특별히 롤모델을 두진 않는데 최근 들어 안정환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정환처럼 되어보고 싶었다. 집중할 때는 집중하고, 위트가 필요한 순간엔 정말 재미있게 끌어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뭉쳐야 찬다' 를 정말 재밌게 봤다. '슈퍼밴드' 준비하면서도 밥먹을 때마다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찬다' 등을 시청했다. '슈퍼밴드'와 동시간대 예능은 안 봤다."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운동을 좋아하니까 활동적인 예능이면 좋겠다. 강호동을 좋아해서 나중에 인지도가 쌓이면 '한끼줍쇼'와 같은 리얼 예능도 하고 싶다. 예전에 '스타킹'도 엄청 재밌게 봤다. '스타킹'에 나왔던 천재기타리스트 김우탁이 '슈퍼밴드'에 나와서 정말 놀랐다. 연예인 만난 것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기억력이 좋은가보다. "관심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잘 기억하는 편이다. 특히 음악적으로 기억력이 오래간다. 한 번 부른 멜로디는 다 기억한다. '슈퍼밴드' 경연에 최적화됐다. 하하."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 마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좋은 음악들 보여드리고 싶다. 누군가한테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음악들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방송이나 무대 등 어떤 형태라도 노래할 수 있다면 열심히 활동하겠다. 많이 다가갈테니, 기대해달라."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사진=박찬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