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성(52) 롯데 감독 대행이 내세운 몇 가지 방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력 회복이라는 최대 화두에 다가설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롯데는 대행 체제로 맞이한 후반기 첫 네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야수와 포수의 어설픈 수비는 여전했고 공격 응집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7월31일, 삼성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뒤 시리즈를 우세 속에 마쳤고, 지난 2일에 치른 리그 3위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2-1로 신승을 거두며 44일 만에 3연승과 74일 만에 탈꼴찌를 해냈다.
결과보다 내용에 눈길이 간다. 공필성 대행이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변화를 준 지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공 대행은 기회가 줄어든 기존 주전급 베테랑에 다시 기회를 줬다. 대화를 통해 책임감과 경각심을 동시에 부여했다. 60일 만에 콜업된 베테랑 채태인이 부응했다.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여줬다. 후반기 출전한 네 경기 가운데 세 차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루타만 3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중심 타선에 포진했고 상대 배터리에 부담을 줬다. 앞, 뒤에 나서는 이대호와 제이콥 윌슨도 우산 효과를 누렸다.
백업 내야수 문규현의 가세도 의미가 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는 주전 유격수 신본기의 체력 저하가 우려됐다. 종종 젊은 선수들을 대신 내세웠지만 수비가 헐거웠다. 신본기조차 예년에 비해 수비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심신이 흔들렸다. 그러나 공 대행이 이런 문제에 눈길을 뒀다. 문규현을 경기 후반에 투입해 주전 선수의 부담을 덜어줬다. 일종의 메시지다. 신본기 입장에서는 6~7이닝은 집중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
외인 투수 브록 다익손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공 대행은 지난 1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 순번인 그를 벤치에 대기 시켰다. 그리고 불펜투수 박시영을 첫 번째 투수로 내세웠다. 2이닝을 막게한 뒤 다익손을 투입했다.
실점 관리는 잘하지만 이닝 소화 능력은 한계가 있는 투수였다. 호투를 해도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롯데로 트레이드된 뒤 일곱 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한 탓에 선수도 자신감을 잃었다. 공 대행 이하 롯데 코치진이 발상을 전환했고, 그에게 1승을 줄 수 있는 투수 운용을 선택했다. 다익손은 이 경기에서 4점을 내줬지만 7이닝을 막아내며 롯데의 9-4 승리에 기여했다. 승리투수도 됐다. 부담을 덜어냈기 때문에 다음 등판에 더 좋은 투구를 기대할 수 있다.
손승락의 마무리투수 복귀는 리빌딩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반기에 이 임무를 맡던 박진형이나 구승민에게 경험을 부여하기 좋은 시점이다.
그러나 최하위에서 벗어나고, 1승이라도 더 추가하기 위한 행보를 목표로 삼았다면 효과를 볼 수도 있었다. 손승락은 현재 오승환이 보유하고 있는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277개)에 다가섰다. 2일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하며 267개를 채웠다. 오승환은 KBO 리그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손승락 입장에서 세이브 기회가 절실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와 계약이 끝난다. 잔류 또는 이적을 위해서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집중력은 더 좋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