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월화극 폐지에 이어 주말극을 폐지한다. 새 주말극 '두번은 없다' 이후 내년 3월 토요극 라인업은 비어있다. 드라마 긴축정책이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이어진다. 현재 주요 채널들의 드라마 라인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 각 방송사의 라인업 경쟁이 치열한 만큼 보다 좋은 드라마, 좋은 라인업을 채우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 MBC의 드라마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수목극을 제외하고 통으로 비워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 촬영은 주 52시간제 여파로 일찌감치 시작한다. 예를 들어 10월, 11월께 첫 방송이 목표라면 캐스팅 작업을 마치고 8월 말께는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는 시스템이다. 3~4개월 전에 작업을 시작해야 무리 없이 최종회까지 방영될 수 있기에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편성 작업도 이에 따라 반년 전 혹은 1년 전부터 들어간다. 그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MBC는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정지훈·임지연 주연의 '웰컴2라이프' 이후 월화극 편성이 없다. 30년 만에 월화극이 폐지된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극 '황금정원' 이후로는 '전설의 마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백년의 유산'을 집필했던 구현숙 작가의 '두번은 없다'가 편성되어 있고 이후로는 없다. 매주 토요일 하루에 4회 연속(30분 기준) 몰아서 방송되던 주말극도 2019년 3월을 끝으로 폐지되는 것. 월화극 부활과 금토극 신설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인데 이마저도 아직 불확실하다. 드라마 자체의 제작비 규모가 크고 성적이 부진할 경우 피해 부담이 크기에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 2년에 거쳐 드라마 긴축정책에 들어간 이유는 '재정난'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올해 900억, 1000억 규모의 적자가 전망되면서 MBC가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전언.
특히 올해는 지상파 3사(KBS·MBC·SBS)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4사(JTBC·TV조선·MBN·채널A)과 tvN·OCN 외 다른 케이블 채널 드라마, 웹드라마까지 드라마가 쏟아졌다. 다변화 시대에 맞춘 '드라마 홍수'였다. 100편 이상이 제작되면서 콘텐츠 경쟁이 불붙었다. 이 가운데, MBC는 올해 초 자체 제작한 '아이템'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 잇따른 드라마 부진은 경영 악화를 불러왔고 결국엔 드라마 긴축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MBC의 월화극 폐지, 주말극 폐지 등 드라마 긴축정책은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면서 "방송사 측에선 드라마의 일시적인 제작 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내년 경영 상황이 어떨지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채널 경쟁에서 밀렸고 그 주도권을 찾기 위해선 경쟁력을 살린 드라마가 핵심인데 이 여부도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