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은 올 시즌 '천적'이 없다. 18승 1패(승률 0.947)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9개 구단을 상대로 모두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독 SK(3경기·평균자책점 5.06)를 만나면 고전했지만 이젠 아니다.
내용이 완벽에 가깝다. 롯데와 LG를 상대로 3경기씩 선발 등판해 6승을 쓸어 담았다. '친정팀' 롯데전 시즌 평균자책점이 1.00(18이닝 2자책점)에 불과하다. '잠실 라이벌' LG전 평균자책점도 2.37(19이닝 5자책점)로 낮다. 3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규모가 큰 잠실구장의 특색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잠실 불패'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즌 잠실구장 성적이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1.78이다.
삼성을 만났을 때는 '무적'이다. 4번의 등판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했다. 삼성전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0.57. 피안타율이 0.146로 수준급이다. 5월 15일 맞대결에선 7월 2사까지 퍼펙트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두산이 올해 삼성을 상대로 8승 3패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린드블럼의 활약이다. 한화와 KIA를 만나서도 모두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을 자랑한다. 지난해 고전했던 SK전은 딱 한 번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2실점 쾌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나마 땀을 뺀 상대는 키움과 KT다. 그렇다고 두 팀을 상대했을 때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다. 모두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3번의 키움전에선 각각 7이닝 4실점-8이닝 1실점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최소 6이닝을 소화했다. 첫 맞대결 4실점을 빼면 흠 잡을 곳이 없다.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긴 KT전 평균자책점이 3.32다. 5월 22일 맞대결에서 5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나머지 두 번의 등판에선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9개 구단을 상대로 유지하는 일관성이 대단하다.
린드블럼은 KBO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전반기에만 15승(종전 최고 14승·3회)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기 3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20승 달성에 청신호를 켠 상황이다. 역대 20승을 달성한 외국인 투수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22승) 2014년 앤디 밴헤켄(당시 넥센·20승) 2016년 더스틴 니퍼트(당시 두산·22승) 2017년 헥터 노에시(당시 KIA·20승)까지 네 명. 리오스와 니퍼트가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한 시즌 최다승 22승 경신도 가능한 페이스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사상 첫 4관왕(승률·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승률과 다승에선 이미 2위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 수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선수는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1.82)이 마지막이다. 린드블럼이 보여주고 있는 고른 상대 전적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압도적인 성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올해 최고의 투수다. 구위 자체로 타자를 찍어 누르고 있다. 특정 팀에 강한 게 아니라 최고의 구위를 보여주니 균등한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시즌 20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어느 정도 잘 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모습이다. 시즌 초반 타자를 상대했을 때 힘으로 누르는 게 통하니까 본인 공에 자신감이 들어갔다. 어렵게 승부하는 게 아니라 구위가 통하니까 자신감을 갖고 던진다. 빠른 타이밍에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니 효율성도 좋다. 본인 공에 확실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