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만이 할 수 있을 것 같던 서비스들을 ‘핀테크’라는 기술 아래 새로운 기업들이 해내고 있다.
그 중 ‘해외송금’은 수수료가 많이 들기로 꼽히는 서비스로, 핀테크 기업이 여기에 뛰어들면서 수수료를 시중은행에 4분의 1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시장의 중심에 ‘센트비’가 있다. 센트비는 국내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서비스를 금융감독원의 관리 하에 도와주는 핀테크 기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로 돈을 보낼 일이 얼마나 될까 싶겠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금융 소외층’인 해외이주 노동자 230만명에게는 한 줄기 빛 같은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100만원을 보낼 때 센트비에서는 총 수수료가 1만7000원 정도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한국에서 받은 임금을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려면 기존 은행에서 6만~7만원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내야 했다. 임금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외국인에게는 6만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센트비는 ‘금융 소외층’을 위해 출발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수료 비싸다’는 인식 하에 시작되기도 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센트비 사무실에서 만난 이규식 센트비 총괄이사는 “은행 수수료는 불합리하다”며 “지점들을 운영하는 비용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국내 해외송금 시장 규모는. “전체적인 규모는 대략 한 30조원 수준이다. 단순히 나가는 돈만 27조원 정도로, 2018년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송금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오고 있어서 올해만 33조원 정도를 예상한다. 대다수는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 센트비를 통한 해외송금은. “ 기업거래는 없고, 998%가 개인 간 송금이다. 처음에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 때문에 법인고객을 안받았다. 받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된다. 센트비도 준법 감시의 의무를 은행과 똑같이 지기 때문에 은행보다는 그런 부분이 취약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기존 경험과 경력상 조금은 은행보다는 인력들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안고 가고 싶지 않아서 받지 않았고, 이제는 확실히 의무를 준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응이 마련돼 거래액 늘리기 위해 법인 고객 받게 됐다.”
- 왜 해외송금 서비스였나. “처음에는 해외송금을 하려고 팀을 꾸리진 않았다. 2016년 초봄쯤 핀테크를 육성한다는 정부 기조 발표가 됐고, 은행 서비스들 중에 해외송금들이 일반 기업들이 할 수 있게 논의되고 있었다.
이런 서비스가 유럽에서는 3~5년 전부터 성행하고 있었고,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고 우리나라도 분명 성행하겠다고 판단했다.
2015년 6월에 서비스 개발에 착수해서 실제 서비스 오픈을 2016년 1월에 했다.”
- 가장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한 국가는 어디였나. “첫 대상 국가는 필리핀이었다. 그때만해도 당연히 미국을 생각했다. 미국에 돈을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보니 이미 이런 회사들, 소액 해송 업체들, 중개상 같은 회사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미국은 주별로 라이선스를 따야 했다.
그래서 유럽으로 눈을 돌렸더니 이미 좋은 서비스가 너무 많았다. 우리나라는 법도 미미한 상태였고, 후발업체가 그 곳을 뚫기란 어려워 보였다.
당시 그 나라들은 스타트업들이 샌드박스처럼 성장하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규제가 앞으로 생길테니 양쪽을 모두 핸들링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동남아는 미주나 유럽에 비해 서비스가 미미했고 수요도 파악됐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 쪽이 국내에서 송금하는 분들 많았고, 운이 좋게 필리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게 됐다.”
-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알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들이 주말에 주로 성당에 모이더라. 그래서 교회 앞에서 가판 깔아놓고 일일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알렸다. 마케팅 자본도, 방법도 없다보니 이런 서비스 개통했고 우리 거 한 번 써보라고 직접 설치해 알려줬다.
센트비 팀에 필리핀 직원이 같이 일하면서 더 고객을 늘려가게 됐고, 현재 필리핀 송금액이 제일 많게 됐다.
필리핀 다음이 베트남, 그 다음이 인도네시아다. 서비스를 론칭한 순서 그대로다. 이 곳들은 초반에 선점한거다.”
-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국내 핀테크 업체는 얼마나 되나. “현재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업체가 25개이고, 서비스하는 데가 12~15개로 파악하고 있다. 또 유의미한 국가들, 유의미한 숫자로 송금하는 데가 5~6개 정도다.
국가별로 전략이 다르고, 수수료라던지 기타 고객 접근방식이 다르겠지만 총 송금액만 봤을 때 업계 톱3가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한패스, 센트비로 파악하고 있었고, 최근에 이나인페이가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다.”
- 센트비의 강점은. “먼저 수수료가 낮은 건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은행과 경쟁해야 하고 차별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은행과 비교해 센트비의 강점은 어떻게 싸게 보낼 수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은행은 프로세스 상에서 중간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 일단 은행에서 수수료 떼가고, 수취은행에서도 수수료 떼가고, 중개은행이 또 있다. 바로 직접 돈이 가지 않고 중개해주는 은행도 있어 수수료가 또 발생한다.
우리는 중간과정이 간소화돼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절감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은행에서는 조직 프로세스상 누가 송금 신청하면 프로세스 거쳐서 인출하게 되는데, 우리는 건별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다.
우리는 ‘풀링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개인이 건건이 보내는 송금액을 쭉 모아놓고 매 건마다 발생하는 고정비를, 큰 양을 한 번에 보내 절감하는 거다. 이 방식은 금감원에도 등록돼 있다. 소액 해외송금 업체는 대부분 이런 방식일 것이다.
또 돈을 유리한 환율일 때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서 문제점은 은행을 통해서는 2~3일 걸리는데, 빠르면 우리는 두시간, 거의 실시간으로 보낸다.”
- 은행도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일단 은행은 송금이 주 사업 모델이 아니다. 핀테크 업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려면 개발도 해야하고 투자도 해야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 국내서 사업을 이어가는 데 사회적, 제도적 한계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당국에서 저희를 바라보고 제재하는 시선이 너무 은행과 동일하게 맞춰져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인력 많이 들어가는 준법감시쪽에서 거의 은행의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모든 규정 법대로 당연히 다 이행하려고 하긴 하지만, 소규모 업체에게 너무 버겁다.
모든 장벽을 갖추고 지켜야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규모 작은 곳들에 대한 부분은 완화시켜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제도적 한계 때문에 특별히 힘들었던 사례가 있었나. “이쪽 분야가 신설된 법이고 신설 업종이다보니까 부처간 조율이 잘 안돼 있다. 작년 같은 경우 크게 어려웠던 것이 6월에 시리즈B 펀딩이 이뤄졌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IR까지 다 해놓고 벤쳐캐피탈사에서 투자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투자할 수 없다고 했다.
2017년에 소액해외송금업으로 규정된 이후, 저희는 스타트업이고 벤처 투자를 받아야하는 회사임에도 정부에서 우리를 ‘금융업자’로 포함시켜놓았기 때문이었다.
국내 벤처투자펀드들은 금융사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법에 딱 걸린 것이다. 당시에 날벼락이었다.
기재부나 중소기업부 등에 온갖 문의를 다 했다. 당연히 외환거래니 금융사로 넣었는데, 중기부쪽에서는 투자를 못하게 돼 있다는 법이 있는지 몰랐다.”
- 다양한 부처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기재부 소관이고 감독하는 곳이 금감원이다. 중기부쪽은 우리가 스타트업이고 벤처회사니까 관리받아야하는건데, 실제 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는 금융당국쪽과 소통이 많을 수밖에 없다.”
- 개인송금에서 계속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최근 시행해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지 환전 서비스라고 해서, 엄밀히 말해서 기존 서비스와 플랫폼은 변화가 없는데 고객이 느끼기에는 현지에서 환전한 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장점 중 하나가 수취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들은 해외 연결 지점 계좌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데, 동남아 국가 같은 경우 계좌없는 분들도 있고 은행보다 잘 돼있는 은행의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전당포 같은 브랜드가 있는데, 은행 같은 전당포다. 전당포 간 송금을 해준다.
간단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전당포 같은 곳이다.
은행간 송금하듯이 돈을 받는데, 캐시픽업 서비스라고 해서 은행계좌 없어도 파트너사 전당포에 캐시픽업을 신청해 다른 전당포에서도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전날 신청해 놓으면 브랜치에 가서 픽업하면 된다.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픽업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현재 이런 것들을 시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여행객들의 경우 늦거나 문제가 생겨서 딜레이 생겨도 문제가 있어 완벽하게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 나아가서는 당연히 외국인 대출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 센트비의 장기적 비전이나 목표는. “명확하다. 은행을 특정하진 않아도 되지만, 비효율성·불합리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게 우리 목표다. 현재는 해외송금에 국한돼 있지만, 모든 비효율성에 대한 새로운 방식으로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큰 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