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선수 김연경(31·터키 엑자시바시)이 18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식빵 언니’는 김연경의 별명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일본전 도중 승부욕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은 장면에 중계 화면에 잡힌 뒤 붙여졌다. 어원이 욕인 탓에 어감은 썩 좋지 않지만, 그만큼 솔직한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유튜브를 통해 김연경이 대표팀 선수촌에서 탁구 치는 모습, 볼터치한 얼굴을 자랑한 장면이 방송됐다.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며 바삐 달려가는 모습도 대방출했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김연경은 “그동안 운동하는 모습, 정형화된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다. 팬들과 재미있게 소통하고 싶어 유튜브를 만들었다”면서 “‘식빵 언니’란 이름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별명이다. ‘좋아요’ 버튼과 ‘알림 설정’을 눌러달라”고 부탁했다. 김연경은 18일 채널을 오픈해 구독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연경 측근은 “유튜브 콘텐트는 김연경이 배구선수 김수지(32·IBK기업은행)와 셀카봉으로 촬영한 것”이라며 “코트 밖 일상은 물론 터키 생활을 팬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또 농구 등 다른 종목 훈련장을 찾아가 배우거나, 리듬체조선수에게 화장법을 배우는 내용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TV 출연 기회가 적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스타일의 콘텐트를 만들려는 것이다.
1인 크리에이터 시대를 맞아 유튜브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은 6살 쌍둥이 자녀에게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여 물의를 일으켰다. 수익을 위해 아이들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스포츠스타 유튜버’들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팬들과 소통하거나 유소년 선수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 게 우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 김병지, 야구 박명환 등 은퇴 선수들이 유튜브를 운영했다. 최근에는 현역 선수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 중에도 수익을 좇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착한 유튜버’들이 더 많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출신 구자철(30·알 가라파)은 지난 6월 ‘슛별친 슈팅스타’를 개설하면서 “광고 수익은 유소년 교육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9시즌을 뛴 구자철은 바이에른 뮌헨 관계자와 A매치를 함께 관전한 영상, 친정팀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 18세 이하 팀을 찾아가 함께 훈련한 영상 등을 업로드했다.
구자철은 “내가 어릴 땐 축구 인프라가 열악했다. 그래서 유소년 축구에 관심이 많다”며 “모든 후배들에게 일대일 레슨을 해줄 수 없어서 유튜브를 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국내프로축구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30)도 지난 3월부터 자신의 영문이니셜을 딴 ‘KBK Football TV’를 운영 중이다. 잉글랜드(카디프시티), 일본(가시와) 등에서 뛴 김보경은 올 시즌 울산에서 10골·6도움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거론된다.
김보경은 드리블 훈련, 웨이트트레이닝, 비디오 분석 등을 공유하고 있다. 축구 꿈나무뿐 아니라 조기 축구인들도 열광한 덕분에 2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남자프로농구 전주 KCC에서 뛰다가 지난 5월 은퇴한 하승진(34)의 유튜브는 개설 2개월 만에 구독자 7만 명을 돌파했다. 2m21㎝ 장신센터로 ‘골리앗’이라 불렸던 하승진은 “한국 농구가 망해가고 있다”며 프로농구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내 선수가 화려한 플레이를 하면 외국인 선수에게 패스나 하라고 말하는 분위기다. 해마다 규정이 바뀌니 선수들조차 헷갈린다. 대표팀은 예산이 부족해 예전 유니폼 재고품을 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167만 회를 기록했다.